이제 완연한 여름으로 접어들었다. 여름은 한자로 하(夏)이지만, 한시에서는 가끔 운율이나 평측(平仄) 등의 요인으로 변형된 용어를 쓰기도 한다. 축융(祝融)은 전설에서 불을 맡은 신이라서 여름을 나타낸다. 염제(炎帝)도 같은 의미이다. 제목의 축융강림(祝融降臨)이란 여름의 신이 강림한 것이니까 여름이 다가온 것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호(湖), 주(珠), 오(娛)이고, 기구(起句)의 2번 자가 장(長)으로 평성(平聲)이라서 이 시는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기나긴 여름날의 뜨거웠던 해가 서서히 서쪽의 호수를 넘어가려는 무렵의 정취(情趣)이다. 해가 넘어갈 때쯤의 약간 붉은 낙조(落照)에 호수의 찰랑거리는 물결이 반사되어 마치 구슬처럼 아롱지게 빛나는 모습이다. 곧 어둠이 찾아오면 기온도 한결 낮아지고,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떼를 지어 호수에서 수영도 하고, 둑길을 걷기도 하며 여름 저녁을 즐긴다. 필자(筆者)의 어릴 적 고향에서는 모깃불을 피우기도 하고, 집 근처의 개울이나 저수지에서 일제히 우는 개구리 소리가 밤의 찬가(讚歌)였다. 아이들은 시끄럽다고 냇가나 호수로 돌멩이를 집어던지곤 했는데, 그들은 재미로 던지지만 개구리의 입장에서는 맞으면 죽음이기 때문에 목숨이 걸린 일이다. 그래서 그쪽으로 돌멩이를 함부로 던지지 말기를 부탁했다. 어릴 때 동화에 따르면 말 안 듣는 청개구리는 비가 오면 개울가에 있는 어머니의 묘가 떠내려 갈까 봐 걱정되어 열심히 운다고 읽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여름밤에 더 열심히 울더라. 아들·손자·며느리 다모여서 밤새도록 듣는 사람 없어도 노래를 하는 놈들이 개구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