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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n 13. 2023

56) 閒吟(한음) / 한가로이 읊다.

漢詩習作 (220613)

閒吟(한음) / 한가로이 읊다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閒雲趁日向西流

한운진향서류

○○●●●○◎

한가한 구름 해를 쫓아 서쪽으로 흐르고


甲夜孤螢點滅遊

갑야고형점멸유

●●○○●●◎

초저녁 외로운 반딧불 깜빡 깜박 노니네.


與雪看書唯說話

여설간서유설화

●●◐○○●●

눈과 함께 책을 본다는 건 오직 설화일 뿐


迂儒玩詠倚門樓

우유완영의문루

○○●●●○◎

어리숙한 선비 문루에 기대어 장난 삼아 읊노라.

계절은 하지(夏至)를 며칠 앞두고 있어서 낮의 길이가 아주 길다. 과거 농경 시대의 농사일로 보면 지금쯤 모내기를 끝내고 들녘은 파랗게 모들이 자란다. 농부들은 농사철 중이지만 그런대로 약간 한가한 짬이 있다. 단오의 절기를 맞아 동구 밖 커다란 느티나무에 그네를 메어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여름의 더위를 날린다. 저녁이면 앞들의 논에는 개구리가 합창을 하고, 이제 슬슬 모깃불도 피워야 할 시기이다. 개울가에는 아동들이 반딧불을 쫓아다니면 동네가 떠나갈 듯 시끄럽게 놀고 있다. 이 시는 이런 여름의 한가한 정취를 추억하며 지은 것이다. 여름의 한가한 정취를 읊어본 것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류(流), 유(遊), 루(樓)이며 우운목(尤韻目)이고, 기구(起句)의 2번 자가 운(雲)으로 평성(平聲)이라서 이 시는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시어(詩語)의 뜻을 살펴보면, 진일(趁日)은 쫓을 진(趁)에 날 일(日)이므로 일은 날이면서 태양을 말하니 곧 해를 쫓아간다는 뜻이다. 갑야(甲夜)는 초저녁 즉 19~21시 사이 즉 술시(戌時)를 말한다. 옛날에 밤을 19시부터 05시까지 다섯 등분으로 나누어 오경(五更) 또는 오야(五夜)로 불렀다. 경(更)으로 부를 때는 초경(初更)·2·3·4·5경(更)이고, 야(夜)로 부를 때는 갑(甲)·을(乙)·병(丙)·정(丁)·무(戊夜)로 불렀다. 보통 황혼(黃昏)·초야(初夜)·일석(日夕)·일모(日暮)·일만(日晩) 등으로 부르기도 한다. 초저녁에 반딧불이 깜빡거리는 정경을 묘사하고, 반딧불과 눈빛에 의한 형설지공(螢雪之功)이 실제 가능한지에 대한 필자의 생각을 피력(披瀝)했다. 우유(迂儒)는 책상물림으로 세상물정에 어두운 쓸모없는 선비를 지칭한다. 필자처럼 세상 돌아가는 걸 모르고 어벙하게 살아가는 선비라서 아무 욕심도 생각도 없이 문설주에 기대어 흥얼거리면서 세월을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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