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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Jun 30. 2023

57) 山河綠肥(산하녹비) / 산하가 녹색이 짙어지다

漢詩習作 (220630)

山河綠肥(산하녹비) / 산하가 녹색이 짙어지다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山河綠盛亂雲蒸

산하녹성란운증

○○●●●○◎

산하에 녹음이 성하고 어지러이 구름 피어오르니,


堵下瓠莖草屋登

도하호경초옥등

●●○○●●◎

담 아래 박 줄기는 초가집 지붕으로 올라가네.


未久端陽思汨羅

미구단양사멱라

●●○○○●●

오래잖아 단오절에 멱라수의 굴원을 생각하며


菖蒲洗髮潤如綾

창포세발윤여릉

○○●●●○◎

창포물에 감은 머리 윤기가 비단 같구나.

계절은 여름에 접어들어 윤달을 감안하더라고 곧 단오(端午)가 코밑이다. 눈에 들어오는 모든 산과 들이 짙은 녹색으로 단장을 하였다. 옛날 같으면 모내기를 마친 농부들도 이제 한 시름 돌리고 단오 축제를 즐기려는 시기이다. 동구 밖에 있는 커다란 느티나무에 굵은 새끼줄을 꼬아서 튼튼한 그네를 설치한다. 동네의 모든 꼬맹이나 처녀 총각들이 너도 나도 몰려와서 시원한 느티나무 그늘아래서 그네 타기를 즐긴다. 한쪽에서는 무쇠 가마솥뚜껑을 두어 개를 펼쳐 놓고 도라지꽃, 호박꽃 등 온갖 꽃들을 따서 화전(花煎)을 부친다. 아낙들의 솜씨자랑이 펼쳐지고, 이어서 그네 타기 대회도 벌어진다. 외그네, 쌍그네, 남녀 쌍그네 종류별로 그 기량과 팀웤을 뽐낸다. 남녀 쌍그네를 타다가 정분이난 처녀 총각은 가을에 혼례를 올리고 신접살림을 차리기도 한다. 그야말로 처녀 총각이나 남녀가 합법적, 공개적으로 만인이 보는 앞에서 사랑을 표현할 수 있는 기회인 것이다.

또 바로 옆의 모래사장이나 잔디밭에서는 동네의 힘 좋은 총각들의 씨름 대회가 처녀들의 가슴을 콩닥거리게 한다. 창포 삶은 물에 곱게 머리를 감고 다홍색 댕기를 매고 치맛자락을 휘날리며 창공을 차고 오르는 그 희열이 요즘의 청룡열차와 비교가 될까? 원래 단오는 춘추전국시대 초나라의 굴원(屈原)이 자기의 충성을 몰라주던 왕으로부터 신임을 잃고 장사(長沙)에 있는 멱라수(汨羅水)에 몸을 던져 자살한 것을 기리는 행사였다. 굴원은 조정에서 물러나 강남지방에 머물며 창강의 어부와 대화를 나누다가 뜻한 바 있어서 <어부사(漁父辭)>를 지었는데, 이것이 그의 대표작이고, 그가 강물에 뛰어든 5월 5일을 단오로 하고, 중국에서는 문학의 날로 지정하고 있다. 단옷날에 댓잎에 싼 음식을 강물에 던져서 고기들이 굴원의 시신을 뜯어먹지 말고 그 먹이를 먹으라는 기원이 담겨있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 하(河)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칠언절구 평기식(平起式)이다. 운자(韻字)는 ◎표시한 증(蒸), 등(登), 릉(綾) 자이고 증운목(蒸韻目)이다. 시어(詩語)의 운증(雲蒸)은 구름이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모습을 나타낸다. 도(堵)는 담장이고, 호(瓠)는 박이다. 흥부의 제비가 물어다 준 박씨는 아니지만 무럭무럭 자라면서 용수철 같은 줄기 손을 뻗어 초가지분 위로 올라가고 있다. 멱라(汨羅)는 굴원이 투신을 한 멱라수를 말한다. 창포(菖蒲)는 담벼락 습지나 연못가, 시냇가에서 자라는 다년생 풀로서 이를 삶은 물에 머리를 감으면 머릿결이 좋아진다는 속설이 있다. 옛 문학에 윤기 나는 그런 머릿결을 비단 같다고 표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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