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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고통을 느끼는 감정

by 금삿갓

관절염의 통증으로 인한 고통을 감내하면서 작품 활동을 한 화가 르누아르(Pierre-Auguste Renoi)는 나이 어린 친구 화가 마티스(Henri Matisse)가 그만두라고 하자, “통증은 사라지지만 예술은 남는다.(The pain passes but the beauty remains.)”고 대답하며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국어사전에는 몸이나 마음의 괴로움과 아픔을 고통이라고 정의하고 있지만, 고통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인 정의는 없다. 하지만 우리는 그것을 느낄 때 모두 그것이 어떻다는 것을 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이 똑같은 방식과 비슷한 크기로 고통을 체험하는 것은 아니다. 일례로 소위 미국과 같은 선진국의 여성들은 아프리카 제국(諸國)과 같은 개발도상국의 여성들보다 분만 시 더 큰 고통을 느낀다. 그 차이는 문화에서 온다. 미국은 어느 고통 전문가의 말대로 '이를 악무는' 관습이 있는 나라는 아니기 때문에 여자들은 좀 더 많은 고통을 느끼도록 허용되고 사실 더 느낀다. 비슷한 이유로, 금욕을 미덕으로 여기는 북유럽 문화권 등에 소속된 사람은 감정의 보다 큰 표현을 허용하는 문화권의 사람들보다 육체적 고통을 덜 감지한다. 이러한 연구와 그 밖의 연구결과로 분명해지는 것은 개인의 고통감각에는 심리적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아직 그 이유가 충분히 규명되지는 않았으나, 어떤 사람은 전혀 고통을 느끼지 않는다. 이러한 '고통을 못 느끼는 사람들'은 더 위험 속에서 살고 있다. 아픔이란 것은 고쳐야 할 상태에 주의를 끄는 신체의 경보이기 때문이다. 고통을 느낄 수 없는 사람은 뜨거운 스토브에 손을 얹어도 통증을 느끼지 못하므로 심한 화상을 입을 위험이 있다.

전통적으로 의학계에서는 고통을 급성과 만성으로 구분한다. 신경과 의사는 100가지 이상으로 고통을 분류하고 있다. 급성 고통은 손가락을 베이거나 다리가 부러졌을 때나 타나는 것으로 자명종이 울리는 것과 같은 것이다. 이런 고통은 시간이 얼마간 지나면 사라진다. 반면에 만성 고통은 오래 계속된다. 미국에서는 약간 지난 통계지만, 만성적인 등의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 1,800만 명이 해마다 의사를 찾으며, 1,200만 명이 두통을 호소하고 있다. 미국에서 만성통증 치료와 그로 인한 생산성 저하, 의료보험 보상으로 매년 500억 달러의 금전적 손실이 생기고 있다고 한 전문가는 추산하고 있다. 미국인은 심한 통증에 듣는 진통제에 10억 달러, 보통의 진통제에 또다시 10억 달러를 소비한다. 일부 통증은 심리적 요인으로 일어난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그 통증이 그것을 느끼는 본인에게는 현실적인 것인 만큼, 통증치료 전문의들은 모든 육체적 통증을 실제로 있는 것으로 보고 치료한다. “만성통증 환자의 압도적인 대다수는 그들의 생애 전반을 검토해 볼 필요가 있다.”라고 시애틀에 있는 워싱턴대학 통증요양소의 한 의사는 말한다. 1960년대 중반에 미국 내에는 만성통증 치료를 전담하는 치료소가 최소한 20개는 생겼다. 환자들은 흔히 엄살을 부리고 가족들에 의해서 그런 엄살이 조장된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므로, 치료를 위해서는 환자의 신체 못지않게 환자와 그 가족의 태도까지 충분히 고려되어야 한다.

한 치료소는 상담 때 의사가 구체적으로 물어보기 전에는 환자들이 자신의 증세를 함부로 거론하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진통제를 끊고 가능한 한 속히, 그리고 많이 운동을 하라고 권유한다. 또 바이오 피드백(생체가 어떤 특정한 정신, 신체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청각 또는 그 밖의 자극을 주는 것)과 자기 최면을 가르치기도 하고, 재래식 치료와 병행해서 침을 놓기도 한다. 유감스럽게도 세상에는 과거에도 그랬지만 요즘도, 의사들이 감당하기 어려울 정도로 통증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고대 그리스인은 앵속에서 뽑아낸 아편을 진통제로 썼다. 그러나 문제는 그것이 중독성이 있다는 점이다. 그로부터 2000년 후인 1805년에 아편에서 정제한 모르핀도 중독의 위험이 있다. 모르핀(Morphine)이란 이름은 꿈의 신인 모르페우스(Morpheus)에서 나온 이름이다. 역시 아편에서 뽑아낸 물질인 헤로인(Heroin)이 뒤따라 나왔다. 그러나 헤로인은 중독성이 하도 강하여 미국에서는 의약으로 쓰는 것도 불법화되었다.

통증을 완화하는 그 밖의 방법도 발견되었다. 총상으로 휠체어에 앉아 지내게 된 미국 앨라배마주 지사 조지 월리스가 심한 허리통증에 시달리게 되자, 의사는 '피부를 통한 신경 자극장치'를 부착토록 처방했다. 이 장치는 약한 전류를 그의 척추 부위에 흘려보내는 장치인데 통증을 완화하는 데 도움이 되었다. 통증을 억제하는 데 전류를 이용한 것은 이것이 처음은 아니다. A.D. 43년 로마의 한 의사가 이미 물고기에서 나오는 전기를 통증치료에 이용했는데 물고기에서 나오는 전기는 때로는 환자의 목숨을 빼앗을 만큼 매우 강했다. 우리 신체는 엔도르핀(Endorphin)이라는 진통제를 자체적으로 생산하고 있다는 강력한 증거가 있다. 체내에서 생산되는 그 진통제는 화학적으로 인공적인 제품과 비슷하고 그 일부는 중독성이 있다. 연구자들은 다른 일부에는 중독성이 없기를 바라고 있다. 만약 중독성이 없는 엔도르핀이 발견된다면, 고통을 최종적으로 해결하는 데 한걸음 더 가까이 다가설 것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서 언제나 듣는, 싸고 안전성이 보장된 진통제를 갖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프리드리히 니체 (Friedrich Nietzsche)는 “사는 것은 고통받는 것이고, 살아남는 것은 그 고통 속에서 의미를 찾는 것이다.(To live is to suffer, to survive is to find some meaning in the suffering)”라고 했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 (Rainer Maria Rilke)도 “고통을 겪어보지 않은 자는 연민을 알지 못한다.(He who has not experienced suffering does not know compassion)”라면서 고통을 직접 겪어봐야 한다고 설파했다. 그러나 우리 같은 범인(凡人)은 작은 고통일지라도 피하고 싶은 것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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