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국유사(三國遺事)에 환웅(桓雄)이 풍백(風伯)·우사(雨師)·운사(雲師)와 3천의 무리를 거느리고 태백산 신단수(神壇樹) 아래로 내려와 세상을 다스렸다니, 우리네의 날씨 예측이나 대처 활동은 수천 년이 되는 것이다. 그런데, 슈퍼 컴퓨터를 도입하여 예측해도 기상청의 예보는 틀리기 일쑤이니 종잡을 수 없다. 지구 온난화로 기상이변이 잦고, 국지성(局地性) 돌발 이상날씨가 자주 발생하니 어렵기도 하겠다. 그렇다고 기상청 예보가 관절염 걸린 노인들의 예측에 밀려서야 되겠는가? 수천 년간 인간은 날씨의 변화에 항상 민감하게 작용하고, 관찰해 온 결과 다양한 이야기가 아니 존재할 수가 없다. 우리의 날씨에 관한 전래의 속담을 한번 돌아보자. “개구리가 울면 비가 온다.” 맞는 말이다. 비가 오기 전에 기압골이 접근하면 기압이 낮아지고 습기가 증가되어 피부호흡을 하는 개구리의 호흡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 이에 개구리는 평소보다 크고 많이 울어 호흡량을 늘린다. “거미가 줄을 치면 날씨가 좋다.” 거미는 고기압 상태일 때만 줄을 치기 때문에 거미가 줄을 치면 날씨가 좋다는 뜻과 같다. “지붕 홈통에 참새가 집을 지으면 가뭄이 계속된다.” 날씨가 계속 좋아 매우 건조해졌기 때문에 빗물이 오가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참새가 집을 짓는다. “제비가 낮게 날면 비가 올 것이다.” 제비가 일기를 예감하는 것이 아니라 제비의 먹이가 되는 곤충이 습기가 많아지면 비가 곧 내릴 것임을 예감하고 비를 피하기 위하여 숨을 장소를 찾아다닌다. 이때, 제비는 먹이를 구하기 위해 지면(地面) 가까이에서 날게 된다. “내린 눈을 밟을 때 뽀드득 소리가 나면 추워진다.” 상층의 기온이 낮으면 함수량(含水量)이 적은 건성(乾性) 눈이 내려 쌓이고, 이 눈은 뭉쳐지지 않기 때문에 눈 결정이 서로 마찰을 하여 소리가 나게 된다. 이 상층의 한기는 점차 지상으로 내려오게 되어 추워진다. “밥알이 식기에 붙으면 맑고, 떨어지면 비가 온다.” 맑은 날은 습도가 낮아 밥알이 그릇에 붙어서 잘 떨어지지 않고, 흐린 날은 습도가 높아서 밥알이 그릇에서 잘 떨어지는 것이다. 대충 이런 정도이다.
서양에도 이런 비슷한 이야기가 많다. 박쥐가 집안으로 날아들고, 소가 한사코 들판으로 나가려 하지 않고, 고양이가 자기 털을 핥고, 거위들이 정처 없이 돌아다니고, 당나귀가 울어대고, 또 돼지가 입에 짚을 물고 있으면, 틀림없이 곧 비가 온단다. 공식적인 일기예보가 보편화되기 전 수세기 동안 시골 사람들은 주변 생물의 움직임을 보고, 날씨 변화의 징후를 읽어 내곤 했다. 나뭇잎 하나의 방향전환이나 거미가 거미줄을 치는 시간까지도 그냥 보아 넘기지 않고,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 그런 관찰을 일련의 민간전승적인 지식으로 엮어 대대로 전해 왔던 것이다. 할머니는 비가 오기 전이면 개구리가 아주 큰 소리로 울어댄다고 항상 말씀하시곤 했는데, 이 얼마나 예리한 관찰인가? 독일, 오스트리아, 스위스에서는 개구리를 항아리 속에 넣어 기르던 사람들이 있었다. 항아리 속에는 물을 반쯤 채우고 조그만 사닥다리를 놓아두었다. 개구리가 물속에 있으면 비가 올 것이고, 사닥다리 위로 오르면 날씨가 맑을 거라는 것이었다. 거머리는 날씨의 변화에 극히 민감한 것으로 정평이 나 있었기 때문에, 영국의 어떤 '날씨박사'는 1851년에 거머리병을 이용한 측후소를 해안지방에 설치할 것을 정부에 건의하기까지 했다.
아메리칸 인디언들은 귀뚜라미를 '가난한 사람의 온도계'라고 불리어 왔다. 귀뚜라미는 변온동물이라서 온도에 민감해서 정확한 기온을 화씨로 가르쳐 주기 때문이다. 1897년 미국 과학자 아모스 돌베어(Amos E. Dolbear)는 귀뚜라미 울음소리로 온도를 알 수 있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온도계로서의 귀뚜라미>라는 논문을 통해 긴 꼬리 귀뚜라미 울음소리와 주변 온도의 관계인, ‘돌베어 법칙(Dolbear's law)’을 발표했다. 귀뚜라미가 15초 동안 몇 번 우는가를 세어 거기에 40을 더하면 화씨온도가 된다. 섭씨로 계산하려면 1분 동안 우는 숫자에 30을 더하여 그 합계를 7로 나누어서 나온 숫자가 섭씨온도이다. 보다 기억하기 좋게 날씨에 관한 이야기가 시로 엮어지기도 했다. "제비들이 높이 날면 하늘이 맑아지고, 제비들이 낮게 날면, 비가 올 줄 우린 알지.", "1월에 각다귀가 떼 지어 날면, 농부의 곡식창고는 비어 버리네.", "아침에 무지개가 생기면 곡식에 갈고리를 걸고, 저녁에 무지개가 생기면 곡식단에 머리를 얹으리." 일반적으로 날씨에 관한 가장 정확한 지시는 고대 로마의 시인 베르길리우스가 읊었듯이 하늘과 관련이 있다. "거짓말할 줄 모르는 태양은 하늘의 날씨의 변화를 예고한다." 이러한 글 중에서 가장 유명한 "아침의 붉은 하늘은 뱃사람에 대한 경고, 밤의 붉은 하늘은 뱃사람의 기쁨"이란 시는 자연에 대한 착실한 관찰에 기초하고 있다.
북반구에서 흔히 부는 바람은 서풍이므로 저녁때 서쪽 지평선 위에 건조한 날씨를 나타내는 붉은 하늘이 보이면 날씨가 좋을 것임을 말해 주는 것이다. 또 "달무리가 생기면 곧 비가 온다"는 말도 곧잘 들어맞곤 하는데, 달무리는 상총운(上層雲)의 하나인 권층운(卷層雲) 속의 빙정(氷晶)에 의해 생기는 현상으로, 이 빙정이 비의 전조가 되기도 하기 때문이다. 양파 껍질이나 다람쥐꼬리의 두께 또는 모충(毛蟲) 애벌레의 까만 줄무늬의 너비를 보면 다가오는 겨울의 추위를 예측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지만, 그런 사람은 미래가 아닌 과거를 읽는 셈이다. 숲 속에 사는 한 지혜로운 에스키모 노인이 전승시킨 재미있고 유익한 이야기가 하나 있다. 그 노인은 혹한이 언제 닥칠지를 항상 알아맞혔는데, 그 비법이란 바로 백인들이 나무를 많이 해 가는 것을 보고 추위가 닥칠 것을 안다는 것이었다.
아무튼 이러한 기상이 지닌 에너지는 놀랄 정도로 엄청나다. 예를 들면, 찌는 듯한 오후 한 시간 사이에 멕시코만에서는 2000만 m3의 물이 증발한다. 솜털 같은 구름장이라도 1000톤의 수분을 함유할 수 있다. 여름날의 뇌우는 원자탄 12개 이상의 에너지를 낼 수 있다. 미국 로드아일랜드주의 항구도시 프로비던스(Providence)에서는 단 한 번의 뇌우(雷雨)로 약 1000㎡에 걸쳐 수많은 물고기가 살아서 펄떡이는 채로 흩뿌려졌다. 또 바다에서 64km나 떨어진 영국의 내륙도시 우스터(Worcester)에도 뇌우와 함께 게와 고등이 무더기로 쏟아져 내린 적이 있다. 토네이도는 중심 부근의 최대풍속이 시속 400km에 달하기도 하는 직경 15m~2.5km의 회오리를 일으킬 수 있다. 토네이도는 117명이 타고 있는 객차를 들어 올려 약 25m 떨어진 수로(水路)에 내려놓기도 했고, 또 한 번은 오이절임이 든 유리병을 40km 떨어진 곳으로 고스란히 옮겨다 놓은 적도 있다. 개나 인간이나, 번개가 치면 똑같이 무서워한다. 그러나 번갯불이 아래로 보다는 위로 친다는 것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구름 속의 음전하(陰電荷)가 일으키는 전기력은 희미한 빛을 내는 이온화된 통로를 만드는데, 이 통로는 아래쪽으로 갈라져 내려가 땅의 양전하(陽電荷)를 만나게 된다. 그러면 이 이온화된 통로를 따라 갑자기 방전이 일어나면서 태양의 표면보다 3배나 높은 온도로 대기를 가열하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섬광이 발생하는 것이다. 지구의 기상변화는 적어도 5600조(兆) 톤의 불안정한 대기가 태양의 복사(輻射)에 자극받아 활동함으로써 일어난다. 적도지대의 따뜻하고 습한 공기는 상승하여 극지방으로 이동하고, 극지방의 찬 공기는 지구의 자전에 의해 비스듬히 곡선을 그리면서 적도지방의 빈자리로 흘러오게 된다. 여기에다 계절에 따른 일사각(日射角)의 변화, 바다와 육지, 그리고 산지와 평지 사이의 상호작용을 가미하여, 기후(Climate)라는 변덕스러운 지역적인 현상을 빚어내게 된다.
기상은 인간의 역사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서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굴러가게 했다. 영국은 1588년에 강한 서풍에 힘입어 스페인의 무적함대를 무찔렀다. 경장비(輕裝備)의 영국 함대는 바람을 이용하여 중장비의 보다 육중한 스페인 전함들을 기민하게 공략했던 것이다. 만일 서풍이 자거나 방향을 바꾸어 스페인 함대가 순풍을 맞았더라면, 영연방(英聯邦)의 언어는 스페인어가 되었을지도 모른다. 나폴레옹은 오랜 유배생활 동안 자신의 제국건설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끔 하는 데 있어서 날씨가 어떤 역할을 했는가를 곰곰이 생각해 보았다. 워털루전투에 앞서 그는 벌판이 너무 진창이어서 공격을 6시간 연기하기로 결정했는데, 그동안에 프러시아의 원병이 영국군을 지원하기 위해 도착할 수 있었다. 그 결과는 나폴레옹 최후의 패배라는 역사적 사실로 남아 있다. 동양에서는 삼국지의 그 유명한 적벽대전(赤壁大戰)에서 조조의 24만 대군이 유비와 손권의 5만 군사에 패배한 것도 수전(水戰)의 화공(火攻)에서 동남풍이 불어준 덕분이라고 이야기한다. 전 세계를 정복한 몽고군의 정벌을 막아준 태풍이 일본의 안전을 지켜 주었다. 13세기 원(元) 나라 황제 쿠빌라이 칸은 조그만 섬나라 일본을 침공하기 위해 2차에 걸쳐 고려와의 연합군 선단과 군대를 파견했으나 두 번 다 태풍의 내습으로 침공군의 선박들이 난파되었다. 일본인들은 나라를 구해 준 이 태풍을 신풍(神風 : 가미가제)이라고 부른다. 이 이름은 2차 대전 말기 일본이 패전을 면하기 위해 필사적으로 몸부림칠 때 폭탄을 실은 채로 비행기를 몰고 연합군 함정으로 돌진한 자살특공대에도 붙여졌다. 그때 태풍이 없어서 여몽연합군(麗蒙聯合軍)이 일본을 지배했다면 동북아의 역사 지도가 현재와는 다를지도 모른다.
올해 추석 연휴기간과 10월에는 유난히 비가 잦다. 비 얘기가 나왔으니 우울한 가을비 보다는 귀가 솔깃한 비 이야기를 해보자. 물이 아닌 여자들이 열망하는 다이아몬드가 비처럼 쏟아진다면 기분이 어떨까? 허구가 아니다. 천체물리학자들의 연구 결과이다. 천왕성과 해왕성에는 엄청난 양의 다이아몬드가 비처럼 내릴 가능성이 크단다. 그 대기 중의 탄화수소 즉 메탄은 지구 대기압 600만 배의 압력을 견디지 못해 쪼개지며, 이때 나온 탄소 입자는 고온·고압에서 압축돼 다이아몬드 결정으로 변한다. 그 결정은 빗방울처럼 그 행성의 핵을 향해 수십만 년에 걸쳐 켜켜이 내려앉는다고 한다. 이들 별의 온도에서 견딜 수 있는 갑옷만 장만한다면 이 별로 여행을 떠날 여인들이 줄을 설 것이다. 반면에 영화 <강철비>의 제목처럼 쇳물이 비처럼 쏟아지는 행성도 있고, 유리 조각이 비처럼 내리는 곳도 있으니 제대로 된 별을 찾아가야 할 것이다. 우주의 내비게이션이 잘 작동되길 기대해 본다.(금삿갓 芸史 琴東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