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지 같은 존재'라는 표현은 '매우 하찮고 보잘것없는 존재' 또는 과학적으로 '광활한 우주에 비하면 아주 작고 미미한 존재'라는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그럼에도 우리는 모두 매일 많은 양의 먼지를 들이마신다. 떠들썩한 집안이면 공기 1cm 중에 10만 개의 먼지입자가 춤을 춘다. 그중 일부는 바람에 불려 들어온 광물의 미립자이고, 나머지는 면(棉), 모(毛), 나무, 머리카락 따위의 미세한 조각들이다. 우리가 두려워하는 방사능 낙진(落塵)은 실제로는 극히 소량이 존재할 뿐이지만, 방사능이 핵폭발에 의해 대기 중에 솟아오른 먼지에 붙어 떨어지는 것이다. 천체물리학의 관점에서 보면, 우주를 떠도는 먼지들이 서로 뭉쳐 태양이 되었고 지구도 만들었다. 사람도 역시 우주에서 날아온 먼지로 이루어진 존재이므로 결국 다시 먼지가 되어 우주로 돌아갈 것이다. 어두운 방 창문으로 한 줄기 햇빛이 들어올 때, 비로소 평소에는 볼 수 없었던 수많은 먼지가 드러난다. 이처럼 하찮은 존재로 무시되는 이 작디작은 먼지도 우리 삶과 연결되어 긴 역사를 가지고 있다. 가장 오래된 먼지와 연관된 기상 현상의 기록은 지금으로부터 3700년 전에 은(殷) 나라의 유적에서 출토한 거북이 등딱지에 새겨진 갑골문에 있다. ‘매(霾 : 흙비)’라는 문자다. ‘황사(黃砂)’라는 단어는 당나라 시대(618~907년)에 쓰인 <남사(南史)>에 “천우황사”(天雨黃沙 : 하늘에서 황사 비가 온다)라는 문장에서 처음 등장한다. 우리나라에서 먼지에 관련된 기상 현상이 역사 기록에 처음 등장한 것은 서기 174년이다. 신라 아달라(阿達羅) 이사금(尼師今) 때로 삼국사기에 ‘우토’(雨土)라고 적혀 있다. 당시 사람들은 화가 난 신이 비와 눈 대신에 흙을 내렸다고 믿었다.
그러나 먼지는 아름다움을 선사하기도 하고 그 나름대로 쓸모도 있다. 저녁노을이 화려한 붉은색과 오렌지색을 띠게 되는 것은 햇빛이 먼지 입자에 의해 흩어지기 때문에 생기는 현상이다. 푸른색은 붉은색보다 더 쉽게 흩어지기 때문에 붉은색 계통이 더 오래 남게 되는 것이다. 먼지는 또한 빗방울과 눈송이가 형태를 갖추도록 하는 핵이 된다. 먼지가 없으면 빗방울이나 눈송이가 형성되기가 더 어려워지므로 강우량이나 강설량이 크게 줄어들 것이다. 바다 위의 대기 중에는 먼지가 비교적 적으므로 먼지가 원인이 되는 두드러기, 천식, 알레르기 때문에 고생하는 사람들은 바다 위에서 살면 고생을 덜하게 될지도 모르겠다. 인류의 역사는 지구 생성과 그 이후 산업화 과정이 ‘먼지의 역사’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야말로 ‘이 풍진(風塵) 세상’이다. 그런데 어느 날부터 이 땅에서는 초미세먼지 공포(Phobia)에 휩싸여 전전긍긍(戰戰兢兢)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는 한국이 대기오염을 이대로 두면 40여 년 뒤 미세먼지와 황사 등 대기오염으로 인한 조기 사망률이 OECD 국가 가운데 1위가 될 것이라는 암울한 경고까지 내놨다. 하찮고 잘 보이지도 않는 ‘조용한 살인자’가 세상을 휘젓고 있는 것이다. 필자 금삿갓이 어릴 때는 몰랐던 미세먼지가 언제 어디서 숨통을 조여 오는 존재가 되었다. 많은 한국 국민들은 한반도 미세먼지의 주범을 중국발 황사와 대기오염이라고 생각한다. 선인장과 산세비에리아 등 공기정화 식물이 불티나게 팔리는 이유이기도 하다. 친중 정부의 환경부는 중국의 눈치를 보는지, 미세먼지 주범은 경유 차량과 석탄화력발전소, 고등어와 삼겹살구이라고 변명했다. 정말 고등어구이에서 나오는 미세먼지가 전체 대기 중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될까? 5천만 국민이 매일 고등어구이만 먹는 것도 아닐 텐데 말이다.
아무튼 이 위험한 ‘침묵의 살인자’가 우리 주변 곳곳을 헤집고 다니고 있다. 붙잡을 수도, 도망쳐 숨을 곳도 없다. 그로 인해 매년 400만 명이 사망에 이르고, 전 세계 인구의 99%에게 영향을 미친다. 세계은행(WB)은 2019년 대기오염 노출로 인한 전 세계 건강 피해 비용이 무려 8조 1000억 달러(약 1경 800조 원)에 달한다고 계산했는데, 이는 전 세계 GDP의 6.1%에 해당한다. 스위스의 기업 아이큐에어(IQAir)는 ‘2023년 세계 대기질 보고서’를 내고, 전 세계적으로 10개 나라 정도만 대기질이 세계보건기구(WHO) 기준을 충족하는 것으로 밝혔다. 초미세먼지(PM 2.5)가 공기 1㎥당 평균 5㎍ 이하인 나라는 핀란드와 에스토니아 등 북유럽 일부와 오스트레일리아, 뉴질랜드를 포함한 섬나라 등 10곳뿐이다. 동북아시아는 중국이 오염이 심한 순서로 19위, 한국은 50위였다. 일본은 96위로 대기질이 비교적 좋은 쪽에 속했다. 대기 오염으로 인하여 단기간에 초대현 인명사고가 발생한 사례는 다양하다. 영국은 스모그(Smog)를 "완두콩 수프(Pea-soupers)"라 부른다. 1952년 런던 그레이트 스모그(Great Smog)는 1952년 12월 5일 ~ 9일 영국 런던을 강타한 심각한 대기 오염 사건이었다. 비정상적으로 추운 날씨와 고기압, 무풍 상태가 합쳐져 주로 석탄 사용으로 인해 발생하는 대기 오염 물질이 모여 도시 전체에 두꺼운 스모그 층을 형성했다. 사건 이후 정부 의료 보고서에 따르면 스모그의 직접적인 결과로 최대 12,000명이 사망했고, 호흡기에 미치는 영향으로 100,000명 이상이 질병에 걸렸다. 1948년 도노라 스모그 사건은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도노라의 아연 공장과 철강 공장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이 며칠간 지속된 대기 역전 현상으로 인해 마을에 축적되면서 발생한 대기오염 재해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주민 약 6,000명이 질병을 앓았고, 단기간에 20명이 사망했으며, 이후 한 달간 50여 명이 추가로 사망했다. 뫼즈(Meuse) 강 오염 안개 사건은 1930년 12월 1일 ~ 7일 사이 벨기에의 뫼즈 계곡에서 발생한 세계 최초의 대규모 대기오염 참사로 기록된 사건이다. 이 사건으로 60명 이상이 사망했다. 하지만 역사상 최악의 사건은 폼페이 최후의 날일 것이다. 서기 79년에 일어난 베수비오 화산의 화산재가 로마의 화려한 도시를 삼켜버렸다. 과학자들은 백두산의 폭발로 발해(渤海)가 멸망했을 것으로 추론하고 있다. 모두가 먼지 탓이다.
이렇듯 하찮은 존재로 알았던 먼지가 우리에게 치명적인 공격을 멈추지 않으니, 세상의 모든 이치가 상대적이다. 이 미세한 존재는 치워도 치워도 없어지지 않는 무한 생명력이다. 이것은 어느 곳에나 존재하고, 시도 때도 없이 쌓인다. 시골 농부의 자식이라서 청소에 젬병인 금삿갓이 매일 이 존재 때문에 집안에서 기를 못 펴고 산다. 금삿갓의 주장인 즉, 먼지 없이는 살 수 없으니 매일 극성스럽게 이를 치우려고 하지 말자는 것이다. 어쩌다가 특별한 날에 대청소를 하면 될 것 아니냐는 논리다. 그러니 매일 혼 날 수밖에 없다. 거들어 주기 싫으니까 별 이유를 다 댄다고 잔소리 듣는다. 오늘도 저녁에 소파에서 다리만 살짝 들어 올리다가 심한 지청구에 서재로 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