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가 어느새 입동을 지났다. 가을을 잘 느끼지도 못했는데 찬바람이 옷섶을 헤집는다. 겨울이 찾아오면 서민들은 움츠리고 마음은 바쁘기만 하다. 길고 혹독한 겨울을 나기 위한 준비가 필요한 때이다. 더워서 괴롭고 추워서 걱정이니, 늙어갈수록 근심이 많아지는 건 무엇 때문일까? 그래서 부처님은 고행을 통해 해탈을 얻었나 보다. 어차피 중생은 고해(苦海)의 물결에서 허우적거리다가 한 세월을 보내고 마는 것인데...... 객하(客夏)는 지난여름이다. 공축(恐縮)은 두려워서 움츠려드는 것을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