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아, 개선문(凱旋門)(7/12)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정복의 역사

by 금삿갓

샹젤리제 거리의 제일 끝단에 에투왈 개선문이 있다. 개선(凱旋)이란 싸움에 이기고 돌아오는 것을 말하는데, 여기서 이기고 돌아오는 주체가 방어군의 의미보다는 정벌군의 의미가 강하다. 그러니 개선문은 바로 제국주의의 산물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고구려 이후에는 정복이란 단어는 사전에서 없어져 버렸으니 독립문은 있어도 슬프지만 개선문이 있을 수 없는 역사이다.

파리 에투알 개선문은 높이 51미터, 너비 45미터로 웅장한 규모를 자랑한다. 로마의 티투스 개선문에서 영감을 받은 이 개선문은 프랑스 황제 나폴레옹 1세가 1806년 아우스터리츠 전투를 승리한 뒤 프랑스 군대의 모든 승리를 기념하기 위해 만들게 한 것이다. 아우스터리츠(현재 체코 영토) 전투는 프랑스가 오스트리아와 러시아 연합군을 무찌른 것으로 프랑스와 나폴레옹의 위상이 훌쩍 올라간 전투이다. 이 개선문 건립 이후 전 세계에 국가나 승전 기념비 열풍을 불러일으켰다.

우리나라의 독립문이나 평양의 개선문도 파리의 개선문을 벤치마킹한 것이다. 우리는 개선장군도 없고, 그래서 중국에 조공(朝貢)을 그만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으로 서재필 박사의 주도로 중국 사신 접대장소였던 영은문(迎恩門) 자리에 독립문을 건립했다. 평양의 개선문은 조선 과객 금삿갓이 평양에 가서 보니 파리의 개선문 보다 더 웅장하다. 높이 60m, 너비 50m이며, 아치문은 높이 27m, 너비 18m이다. 김일성이 자기의 70세 생일에 맞추어 1982년 4월에 건립하였다. 뭐든지 독재자나 폭군들이 역사적 기념물을 만들어서 건립 당시의 백성을 고생을 시키고 후손들은 그 덕을 보는 것이다.

에투왈(Etoile)은 프랑스어로 별을 뜻하는데, 개선문 위에서 보거나 항공사진으로 보면 개선문을 중심으로 12개의 거리가 동그랗게 퍼져나가서 마치 별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전망대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개선문 바닥에는 다양한 개선 전투 조형물이 동판으로 설치되어 있다. 한국전쟁 즉 6•25 사변에 대한 동판도 있다. 1920년 제1차 세계대전 휴전기념일, 한 무명용사가 이곳에 안장된 후 국가 통합과 화해의 상징이 되어 왔다. 오늘날 무명용사 기념비 앞에는 두 번의 세계대전을 기념하는 꺼지지 않는 불꽃이 타오르고 있다.

출장 와서 렌터카 빌려서 운전할 때, 유럽의 길에서 가장 골 때리는 게 로터리 빠져나가는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신호등을 보고 가면 쉬운데, 신호등도 없는 로터리는 정말 고역이다. 우측에서는 자꾸 끼어들지, 이리저리 살피면서 돌다 보면 몇 번째 길에서 빠져나가는지 잊기 일 수다. 가장 최악이 에투왈 광장이다. 신호 없이 12개 길이 한 동심원에 연결되어 있으니 몇 번째인지 아예 포기다. 광장이면서 광장이 아닌 아주 프랑스 같은 존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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