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 몽마르트르의 뒷골목 2(7/12)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라팽 아질(Laping Agile)

by 금삿갓

술을 좋아하는 조선 과객 금삿갓은 어딜 가든지 술이 없으면 재미가 없다. 출장 가서 호텔에 투숙하면 위스키 한두 컵을 스트레이트로 마셔야 잠이 잘 들어서 시차 적응도 쉽다. 잠자리 바뀌면 잠을 설치기 때문이다. 꽃보다 남자가 아니라 여자보다 술이다. 그러니 이런 시시껄렁한 카페 이야기를 두 편이나 쓰는 거다.

라팽 아질(Laping Agile)은 프랑스어로 날쌘 토끼이다. 토끼치고 날쌔지 않은 놈이 없겠지만 말이다. 원래 1860년에 오픈하였는데, 이 술집에서 살인사건이 일어나서 '암살자의 술 집'이라는 오명을 가졌다. 그 후 1875년에 풍자화가로 유명한 앙드레 질이 그린 그림이 이 카바레의 간판으로 사용되면서 상호를 라팽 아질로 부르게 되었다. 그 그림은 빨간 띠를 매고 모자를 쓴 토끼가 와인병을 들고 냄비에서 뛰어나오는 그림이다. 화가 르누아르, 모딜리아니, 피카소 등과 문학가 및 몽마르트르에서 활동했던 예술가들이 즐겨 찾았다. 샹송가수 에디트 피아프도 한 때 여기서 노래를 했단다.

피카소의 그림 <라팽 아질에서>와 관련된 전설 같은 뒷이야기가 있다. 믿거나 말거나 이다. 아직 유명하지 못하고 가난한 피카소가 파리에 정착할 때 이 카바레 넘어 반대쪽 쪽방에서 여러 화가들과 살았다. 돈이 없어 라팽 아질에서 술을 먹을 형편이 못되니 그림을 그려주고 술을 마셨다. 술집 주인이 피카소의 재능을 알지 못하니 받은 그림을 창고에 처박아 놓았는데, 훗날 엄청 높은 가격을 받았단다. 하긴 지금도 이 카바레의 입장료가 35유로이니 비싸다. 간단한 술 한잔 주고 끝이다. 더 마시려면 추가로 주문해라다. 밤 9시에 오픈하니까 조선 주객 금삿갓 같이 술 급한 사람은 기다리다 지친다. 포장마차에서 소폭이라도 몇 잔하고 기다린다면 몰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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