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여행하는 사랑하는 연인들이 찾는 필수 코스가 몽마르트르 언덕 밑에 있다. 이름하여 '사랑해 벽(Le Mur des Je t'aime)'이다. 언덕 밑의 제한 릭투스 공원에 있는 조그마한 조형물이다. 40평방미터로 사랑을 주제로 글씨를 쓴 타일들을 붙인 벽이다. 이 벽은 2000년 예술가 페데릭 남작과 클레어 키토에 의해 만들어졌다. 612개의 타일로 구성되어 있다는데 세어보지는 못해서 검증할 수 없다. 그 타일에 '사랑해'라는 문구가 250개 언어로 311번 등장한단다. 각 타일은 가로 21×29.7 센티미터이다.
엄처(嚴妻)를 모시고 가이드 노릇을 하는 입장에서 여기를 빼먹고 갔다가는 산티아고 순례길 출발도 전에 경을 칠 우려가 있어서 무조건 들려야 했다. 2~3일간 파리와 베르사유를 수박 겉핥기나 주마간산(走馬看山)으로 둘러보자니 시간이 빠듯하니 어떤 곳은 그냥 스쳐 지나야 한다. 여기도 '왔노라 보았노라'만 외쳐야지 '즐겼노라'는 언감생심(焉敢生心)이다.
250개 언어가 맞는지 읽어 볼 수도 세어 볼 수도 없다. 능력도 안 되고 실력도 안되니 시간 핑계를 댈 수밖에. 다른 언어는 제치고 우리의 위대한 세종대왕께서 친히 어린 백성을 위해 창제하신 우리글이나 빨리 찾아주는 게 센스다. 한글은 '사랑해', '나 너 사랑해',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세 문장이다. 이걸 빨리 찾아서 알려주고, '사랑해' 이 문장만이 한국인이 사진 찍기 좋은 높이와 위치에 있다.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라는 문장은 이 벽을 만들 당시 부실시공으로 생겼단다. '나는'이라고 쓴 타일을 붙이는 타일공이 한글을 알 리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나는' 타일을 거꾸로 붙이는 부실시공이 생긴 것이다. 그래서 '극ㅓㄱ'라는 모양으로 시공된 것이다. 조선 과객 금삿갓도 이를 존중해서 이글의 제목을 그렇게 달고 싶었다. 당신을 사랑하는데 내가 아니라 누구인지 나도 모르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