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800km 여정의 첫발(7/15)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생장 삐에드 뽀흐

by 금삿갓

조선 과객 금삿갓은 오후 4시에 파리를 출발하는 포르투갈 리스본행 Flix Bus를 탔다. 파스칼 메르시어의 소설과 영화인 낭만적인 <리스본행 야간열차>가 아니라, 피곤하고 힘든 현실의 리스본행 야간 버스다. 보르도에서 다시 툴루즈행 버스를 갈아타고, 장장 13시간이나 걸려 프랑스 남서부 해안도시 바욘에 새벽 5시에 도착했다. 욘은 아직 깊은 밤중이었다. 버스 정류장에서 컴컴한 거리를 더듬거리며 바욘역으로 왔으나 역사(驛舍)의 문도 잠겼다. 한 시간을 기다리니 역무원이 문을 열어놓고 사라진다. 전광판과 승차권 발매기만 대합실을 지키고 있다. 화장실 조차도 문을 잠구어 놓았다. 정말 형편이 무인지경이다. 생장행 첫차는 7시 15분이다. 자동발매기에서 차표를 사고 난 후에 역 대합실 구석의 조그마한 편의점이 열려 있기에 거기서 커피와 크루아상으로 아침을 때웠다.

한참을 기다려 기차를 타고 생장으로 출발했다. 혹시 잠들면 생장을 지나서 다른 곳으로 갈까 봐 졸린 눈을 비비면 참고 09:25분에 생장에서 내렸다. 강원도 시골의 간이역처럼 아담한 역이다. 생장은 인구 2천 명도 안 되는 조그마한 면 소재지 정도이다. 조용하고 아담하며 아름다운 마을 같았다. 기차에서 내리는 승객 중에 우리처럼 배낭을 짊어진 순례객들이 간혹 보인다.

순례길을 걷자면 순례객안내소에서 등록을 하고, 크레덴셜(Credential)이라는 순례자용 여권 같은 것을 발급받아야 한다. 이 여권에 순례자가 들리는 곳마다 입국 스탬프 즉 세요(Sello)를 받게 된다. 이것이 최종 목적지에서 순례객이 빠짐없이 완주를 했다는 증거서류이다. 그리고 순례자 표식인 조개껍데기도 하나 사서 매달아야 한다. 모든 수속을 마치고 내 배낭의 무게를 천정에 걸린 저울에 달아보니 11kg으로 나온다. 자원봉사자인 프랑스인 할아버지가 너무 무거울 거라 충고한다. 내 인생의 무게라고 웃으며 대꾸했다. 그는 지도를 펼쳐 보이면서 지금 부터 오늘의 종착지인 론세스바예스까지 가는 길을 열심히 설명해 주었다. 프랑스 순례길의 시작점인 이곳에서 피레네 산을 넘어가는 길이 크게 두갈래란다. 하나는 시세(Cize) 언덕길 또는 나폴레옹길이고, 생장 마을의 스페인 문에서 150m 정도에 갈림길이 나오면 좌측으로 올라가는 코스이다. 이 길은 총 길이는 25Km로 짧지만 최고 고도가 1,410m인 뢰페데르 언덕을 넘어야 하는데 걸으면서 주변의 풍광을 즐기는 재미가 더 좋다고 한다. 특히 이 코스는 중간에 알베르게와 쉼터인 푸드 트럭 등이 있단다. 1809년에 스페인을 침략한 나폴레옹의 군대도 이 길을 넘었다. 다른 하나는 발카를로스(Valcarlos) 길이다. 총 길이는 27km로 더 길지만 최고고지가 1,040m로 약간 낮다. 주로 계곡을 많이 이용하기에 전망이 별로이고 주로 자전거 순례객들이 이용한단다. 피레네의 기상은 피레네 여신 밖에 다른 사람은 예측 불가능이란다. 멀쩡한 날씨라서 별로 주의 를 기우려 듣지 않았다. 그랬더니 나중에 물에 빠진 생쥐 꼴이 되었다.

이제 모든 준비는 끝났다. 800km 여정을 걸어가면 된다. 출발하기 전에 마을에 들러서 마실 물과 간식거리를 준비하고, 점심을 든든히 먹었다. 피레네로 훌쩍 출발하기 전에 정말 유서 깊고 아름다운 이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는 센스를 발휘하자. 언덕위에 성곽도 보이고 이것저것 볼거리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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