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 죽음으로 단죄하는 사형

by 금삿갓

이란 당국이 병오년 1월 14일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에르판 솔타니(Erfan Soltani, 26세)를 교수형(絞首刑)에 처하겠다고 밝혀 국제사회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지구의 반대편인 한국에서도 하루 전에 전직 대통령인 윤석열(尹錫悅, 65)에 대하여 검찰이 사형을 구형(求刑)하였다. 하나는 반정부 시위에 참여한 평범한 시민을 시위에 참가했다는 이유만으로, 이슬람 율법 ‘샤리아(Sharia)’에 근거한 ‘모하레베(Moharebeh·신에 대한 전쟁)’ 죄가 적용됐다. 신을 대리하는 최고지도자 하메네이(Ali Hosseini Khamenei)에게 대항했기 때문에 사형에 처한다는 논리다. 다른 하나는 최고 통치권자로서 헌법을 수호하지 않고 민주주의를 파괴하는 내란 우두머리 혐의에 대한 형법 적용이다. 이 두 나라에서 일어난 비슷하지만 전혀 반대의 사건에 대하여 전 세계의 언론들이 앞 다투어 보도하고 있다. 각종 유튜브 영상들도 시야에 넘쳐난다. 그야말로 정보 과잉의 시대이다.

<에르판 솔타니(Erfan Soltani, 26세)>

사형(死刑, Capital punishment, Death penalty)이란 사전적 의미로 수형자(受刑者)의 목숨을 끊음으로써 사회에서 영구히 제거하는 형벌로, 살인이나 전쟁범죄와 같은 흉악(凶惡) 범죄를 저지르는 등 죄질이 무거운 자에게 내리는 형법상 가장 무거운 형벌이다. 사형의 기원(起源)은 기원전 18세기의 함무라비 법전에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는 동해응징(同害膺懲) 사상에 입각한 형벌이다. 즉 사형은 역사상 가장 오래된 형벌의 일종이다. 일례로, 구약성서에서 당시 율법 토라(Torah)도 사형과 동태복수법(同態復讎法으)로 범죄를 응징하고 있다. 한편, 고조선의 8조 금법(禁法)에도 "사람을 살해한 자는 죽음으로 갚는다."는 조항이 있는 것으로 보아 사형 제도가 오래됐음을 알 수 있다. 사형이 법으로 정해져 있다 하지만 봉건주의 시대에는 법을 핑계 삼아 무자비한 사형이 시행되었다. 예로 영국에서는 1500~1550년 사이에 무려 7만 명이 사형당했다. 교수형이나 참수형은 그나마 양반이고, 영화에서 보듯이 살아 있는 사람을 화형(火刑)에 처하거나 시체를 훼손하는 등 끔찍했다.

Screenshot 2026-01-16 at 01.42.19.JPG <김윤보의 참수 장면 그림>

시야를 좁혀 조선의 사형 제도를 살펴보자. 조선시대에 사형은 목을 매는 교수(絞首) 또는 효수형(梟首刑)이 있고, 이는 전기지체(全其肢體) 즉 글자 그대로 몸통과 사지가 온전히 처벌되는 것이다. 프랑스 선교사 펠릭스 클레르 리델은 <나의 서울 감옥 생활>에 교수형 내용을 자세히 기록했다. 사형수가 붙들려 나와 시체방으로 끌려 들어가면, 거기서 옥졸(獄卒)이 죄수의 목을 맨 다음 밖으로 나와 방문을 닫는다. 그리고 옥졸 4명이 마치 닻을 끌어올리듯 아무런 감정도 없이 올가미 줄을 잡아당긴다. 줄을 팽팽하게 당긴 다음에는 묵직한 나무토막을 가져와 줄을 묶어 놓는다. 이렇게 하면 형 집행이 모두 끝난 것이다. 더 모진 형은 신수이처(身首異處)로 몸과 머리가 떨어져 다른 곳에 처하는 참수형(斬首刑)이다. 조선을 방문했던 A. H. 새비지 랜도어(Arnold Henry Savage-Landor)도 살벌한 형장의 모습을 묘사한 것이 있다. 사형수들이 달구지에 실려 와서 사형 집행인에게 인계되었다. 무감각한 상태에서 그들은 등 뒤로 팔을 결박당하고 상투를 긴 줄에 묶인 채 얼굴을 땅 위에 떨구었다. 그들은 작은 발판 위에 가슴을 대고 땅 위에 엎드려 있었다. 죄인들의 자리 배치가 끝나자 사형 집행인은 그들의 머리가 떨어져 나갈 때까지 날이 무딘 칼로 계속해서 내리쳤다. 참형은 포도청 앞이나 길 한가운데서 실행했다. 망나니라고 부르는 회자수(劊子手)는 두건 형태의 모자를 쓰고 있어 드라마나 영화에서 보았던 머리를 풀어헤치고, 광기 어린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A.jpg <김윤보의 사약 장면 그림>

사약(賜藥)은 가장 명예스러운 음독형(飮毒刑)이었다. <예기(禮記)>의 “선비는 죽일 수 있어도 욕되게 할 수 없다.(士可殺不可辱)”는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따라서 사약은 왕실의 종친이나 관리 등에게 주로 언도되었다. 드라마와 영화처럼 마당에 돗자리를 깔고 진행한 것과는 달리 죄인은 관복을 착용해 의관을 정제하고, 방 안에서 단정히 무릎을 꿇은 채 사약을 들이켜는 것이다. 방안에는 의금부도사(義禁府都事) 또는 형방승지(刑房承旨) 등이 형 집행을 주도한다. 뒤편에는 전립과 도포 차림의 의관이 형 집행 이후 사망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고, 마당에는 사약을 운반했던 의금부 나장(羅將) 2명이 대기한다. 과거의 경우는 이렇지만 현대에 들어와서는 사형제도는 점차 축소 또는 폐지의 추세가 사실이다. 세계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한 국가가 110여 개 국이고, 53개국이 사형제도를 유지하면서 집행도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포함한 23개국이 법상 제도는 있지만 지난 10년 이상 실제 집행되지 않은 사실상 폐지국으로 분류된다. 처형 방법은 교수형, 음독형, 극독문 주사형, 총살형, 참수형, 전기의자형 등이 있는데, 소말리아·아프가니스탄·이란 등은 투석형(投石刑)으로 그야말로 성경 내용처럼 돌을 던져 죽이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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죄 값을 치르기 위해 목숨을 앗아가는 형벌을 집행하는데, 그 형벌의 기준이 되는 죄와 벌은 법에 근거한 것이다. 그런데 이 법이라는 것이 그 당시의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라서 처벌 당시는 합당했을지 몰라도 시간이 지나서 불합리하거나 도리어 죄인이 희생양·순교자 등으로 영웅화되는 경우가 역사상 많이 발생한다. 조선시대의 경국대전 등 다양한 법은 일관성을 가졌지만 각종 사화(士禍)나 정난(政亂)·동학운동(東學運動) 등으로 처벌된 사람들은 도리어 영웅시되기도 했다. 법이라는 이름으로 단죄를 하지만 도리어 그것이 훈장이 되는 경우가 많을 때, 그것이 온당한 처벌이 될까 하는 의구심이 들 수 있다. 더구나 종교적인 박해, 국가의 독립운동에 대한 처벌 등은 그 자체가 법이 진리나 신념과의 충돌이기 때문에 더욱 혼란스러운 것이다. 이란에서 반정부 시위를 한 청년을 율법으로 사형에 처하는 것이 그 율법으로 신봉하는 대상인 알라의 진정한 뜻에 부합하기나 할까? 한국에서 대통령이 헌법에 규정된 국가 비상대권으로 계엄선포를 한 사항이 내란죄를 형성하여 사형이 되는 것이 헌법 정신에 부합하는지도 이론의 여지가 있을 수 있다. 인간이 인간의 잣대로 인간의 생명을 좌지우지하는 것은 언제든지 오류를 내포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금삿갓 芸史 琴東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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