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를 여행하면서 느끼는 감정이 많이 있겠지만, 조석 과객 금삿갓은 위의 제목처럼 느낀다. 직설적으로 말하자면 화장품과 화장실의 격차(格差)이다. 둘 다 고급스럽게 말해서 화장을 하는 물건이고 공간이다. 샹젤리제 거리나 라파예트 백화점에 가면 으리번쩍하는 유명한 화장품 샵들이 많다. 세계 최고의 품질과 명성을 자랑한다. 해외여행에서 귀국할 때면 누구나 한두 품목은 가방에 넣어 오던 시절이 있었다. 그만큼 프랑스의 화장품이나 패션 산업 수준이 최고봉을 이룬 것이다.
그런데 프랑스의 화장실 문화는 조선 과객 금삿갓이 보기엔 너무나 수준 이하이고 하품이 나올 정도로 하품(下品)이다. 공공이 주로 많이 이용하는 지하철역에 공중화장실이 없다. 그것만이 아니라 공원이나 대중들이 많이 모이는 광장 같은 곳에도 공중화장실이 없다. 그곳을 주로 이용하는 사람들이 용변을 어떻게 해결하는지 매우 궁금하다. 공중화장실이 있어도 캡슐 모양의 자동화장실 한 칸이 고작이다. 그 한 칸을 사용하려는 사람들이 긴 줄을 서서 안간힘을 쓰고 인내의 단 열매를 기다려야 한다. 특히 여성의 경우 그 고역이 만만치 않을 것이다.
화장품(化粧品)이란 얼굴이나 피부에 발라서 더 아름답게 만드는 물품이다. 화장실(化粧室)은 용변을 보는 곳이지만 우아하게 표현하여 화장을 고치는 곳이다. 그러면 화장품 산업이 발전한 나라가 왜 화장을 고치는 연관 산업 혹은 서비스를 확대 발전을 시키지 않는지 의문이다. 공공장소의 화장실 부족, 심지어 사설 건물이나 시설에도 부족한 건 마찬가지다. 그러니 자연 화장실 사용은 유료화(통상 2유로) 되거나 다른 서비스를 유료로 이용하면서 부가해서 해소해야 하는 번거로운 행위이다.그래서 여성전용 소편기 래피(Lapee)를 고안하기에 이르렀다. 아무튼 구글지도로 검색해도 파리 시내의 공중화장실이 10개 이내 밖에 안 나온다. 베르사유에 엄청난 인파로 시간제 예약 입장을 하는데 베르사유 기차역 앞에 부스형 공중화장실 하나만 달랑 있을 정도다.
역사적으로 프랑스는 화장실이 없었던 게 맞다. 최초의 화장용기가 루이 14세의 변기의자이고, 루이 14세는 집무실에서 대신들이 업무보고나 결재받으러 올 때도 이걸 사용했단다. 냄새가 나지만 대신들은 그런 광경을 보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했을 정도. 그러다가 루이 15세가 부끄러움을 많이 타서 남이 보는 곳에서는 용변이 안 나와서 변기의자를 빈방에 고정시켜 놓은 것이 프랑스 화장실의 효시(嚆矢)다. 왕궁인 베르사유에 조차 화장실이 없어서 궁중무도회가 끝나면 베르사유 주변은 지린내와 대변 냄새가 진동을 했단다. 파리 시내는 오물을 냇가에 버리거나 심지어 창문을 열고 길에 버렸다. "물 버려요. 조심하세요"라고 세 번 소리치고 용변 오물을 창밖으로 던졌으니, 정말 가관이다.
그런 세월을 살아오다가 영국으로부터 수세식 화장실 문화가 들어왔으나 널리 보급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왜냐하면 프랑스 국민들은 예로부터 물이 사람 몸에 특히 피부에 오래 닿으면 모공이 확대되어 건강에 나쁘다는 의식을 가졌기 때문이다. 화장실 문화의 저질(低質)이 오히려 화장품 문화 특히 향수 문화의 발전을 촉진하는 계기가 된 것이다. 정말 아이러니하다. 영화 <향수>을 봐도 알 수 있다. 15~6년에 개봉되었던 영화인데 어시장에서 생선 비린내만 맡고 살았던 장바티스트의 후각이 향수에 너무 발달하여 여인의 체취를 수집해서 환상적인 향수를 만들기 위해 살인을 하게 되는 내용이다.
서울의 지하철 화장실이나 공중화장실을 보라. 얼마나 깨끗하고 쾌적한가. 심지어 에어컨도 빵빵하게 나오니 볼일 보면서 책을 읽을 수도 있으므로 학문에 힘쓰면서, 항문에 힘을 써도 땀 흘릴 일이 없다. 또한 겨울에는 난방이 잘 되어서 싸늘한 찬공기에 엉덩이를 까고 앉을 이유가 없다. 아무쪼록 우리 것이 최고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