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 버스 승객은 봉인가?(7/14)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버스터미널 유감

by 금삿갓

파리에서 모든 일정을 끝내고 드디어 산티아고 순례길을 시작하는 출발지인 생장 삐에드 뽀르(앞으로 줄여서 생장이라 한다)로 이동해야 한다. 엄밀히 말해서 산티아고 가는 길 중 프랑스 길의 출발점이다. 산티아고 순례길은 이 길 말고도 다양하다. 전 유럽에서 성 야고보의 무덤이 있는 이 지점으로 가는 길은 저마다 다르기 때문이다. 옛 서양 속담에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한다고 했듯이 모든 산티아고 순례길은 산티아고로 통한다.

순례길의 유례와 루트는 다음에 좀 더 자세히 얘기하기로 하고, 오늘은 이동하는 교통수단인 버스에 대해 말하고자 한다. 유럽의 장거리 버스 회사는 Megabus, Ouibus, FlixBus, RegioJet 등 다양하게 국내외를 운행하는 버스 사업자가 있다. 유럽 최대의 여객 수송공사인 Eurolines는 500개가 넘는 출도착지를 제공하고 있다. 각설하고 이 버스를 이용하려면 사전에 버스 이용앱이나 해당 회사의 앱 또는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예약하는 게 좋다. 유럽의 장거리 대중교통은 자본주의 산물이라서 일찍 예약하면 더 저렴하다.

조선 과객 금삿갓은 플릭스버스 홈페이지를 이용해서 파리에서 생장까지 예약하려는데 정말 비싸다. 백수 주제에 비싼 건 제치고 싼 걸 보니 시간이 많이 걸리고 환승을 하는 게 제일 싸다. 비행기 요금 시스템과 비슷하다. 경유지가 많고 시간이 많이 걸리면 싼 법이다. 남는 게 시간이니 경유해서 천천히 가자. 걸어서 800km를 갈 사람이 버스 몇 시간 빨리 간다고 별 의미가 없다. 파리서 테제베를 타고 가면 총 6시간이면 도착하는데 비행기 요금만큼 너무 비싸서 포기했다. 그리고 버스로 눈을 돌려 보았는데 이것도 직통코스는 만만치 않게 비싸고 자리도 없다. 늘 계획 세우기 귀차니즘이 몸에 밴 금삿갓에겐 쌤통이다. 그래도 조선의 과객(過客) 선비로서 가오가 있지 짚신 신고 유람하듯이 하자고 작정했다.

하지만 약간 착각에 오만이 겹쳐서 선택은 했는데, 나야 각오한 고생이지만 동행한 사람에겐 본의 아니게 생고생 개고생을 시켜서 은근슬쩍 미안하기도 했다. 출발 터미널이 파리의 베르씨터미널이고, 경유지가 프랑스 포도주의 본고장 보르도를 거쳐서 프랑서 남서부 해안 도시 바욘으로 가는 경로다. 바욘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생장으로 가야 한다. 그런데 베르씨 터미널을 전철을 타고 갔다. 강남고속버스 터미널 정도로 예상하고 갔더니 이건 무슨 어디 시골 장날의 버스정류소 같다. 대합실도 없고 앉아있을 벤치 하나도 없는 체육공원 시설물의 지하에 주차장처럼 만들어진 열악하기 그지없는 터미널이다. 화장실은 하나 있는 게 작고 불결해서 냄새가 진동하고, 편의시설은 전혀 없다. 장거리 운행에 중간에 먹고 마실 거라도 사려고 해도 자판기 몇 개가 고작이다. 그것도 몇 대는 Sold-out, 재고가 없다. 강남고속터미널은 여기에 비하면 완전 공항보다 고급이다.

그래도 어쩔 수없지 않은가. 버스를 기다려서 탔다.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으로 가는 버스이다. 이 걸 타고 가다가 보르도에서 내려 바욘행 버스를 갈아타야 한다. 버스 예약 때 지정좌석이 없어서 빈자리에 앉아야 한다. 이 버스가 베를린에서 온 것이라서 두 자리가 붙어 있는 게 없다. 동행과 어쩔 수 없이 떨어져 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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