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리의 민낯만 겉핥기로 후다닥 눈요기를 시키고, 이제 굵직하게 남은 곳이 베르사유 궁전이다. 이것만 뒤통수 관광하면 파리를 떠나서 대장정에 오른다. 이 궁전은 파리시내에서 남서쪽으로 조금 떨어진 베르사유 시에 있다. 원래 왕실 사냥터로서 임금이 사냥하다가 쉴 때 필요한 시설로 지어놓은 건물이 시초가 된 것이다. 세계 역사상 가장 오래인 72년 이상을 왕 노릇한 태양왕 루이 14세가 홧김에 자존심을 걸고 지은 궁전이 이것이다. 하긴 요즘도 부호들은 은근히 집으로 경쟁하는 것이 다반사다.
<베르사유 궁전 : 금삿갓>
<베르사유 궁전 : 금삿갓>
자존심 겨루기의 내용은 필자(芸史) 조선 과객 금삿갓의 카카오 브런치 매거진 <18금 역사 읽기>(Herstory)에서 "사랑을 마법으로 - 몽테스팡"을 읽어 보기 바란다. 거기에 이 궁전의 건립 비화를 살짝 소개하였기에 시간과 지면 관계상 여기서는 생략한다. 아무튼 역사적으로 전제권력의 무한 폭정이 만들어낸 산물이 후세에 와서 후손들의 유용한 먹을거리 볼거리를 제공하는 아이러니가 있다. 진시황의 병마용, 만리장성이나 파라오들의 피라미드, 샤 자한의 타지마할 등이 대표적이다.
우리나라 역대 왕들 중 폭정을 일삼은 얼치기들이 많은데 자기 일신의 쾌락이나 꿈에 빠져 백성들을 핍박(逼迫)하고, 스스로는 몸만 망치는 멍청한 짓을 했다. 연산군이나 몇몇 암군(暗君)들이 이러한 역사(役事)를 이루어 놓았다면 우리 후손들이 얼마나 좋을까? 루이 14세가 이런 만행(蠻行)을 저질러 놓은 덕분에 프랑스 국민들이 자부심을 느끼고 관광객이 물밀듯 밀려온다. 베르사유까지만 운행하는 열차 선로가 별도로 있을 정도니 말 다했다.
사실 이 궁전은 금삿갓의 견해로는 정원이 더 아름답다고 본다. 궁전 건물도 매우 웅장하고 아름답지만 정원의 그 규모나 조형미에서 압도적이다. 분수만 14,000개에 달하니 이 정원만 둘러보는데도 엄청 시간이 소요된다. 그래서 무료 가이드는 뙤얕볕에서 힘든 정원 가이드보다 시원한 실내 가이드로 시간을 때우고 말기로 작정했다. 물론 이놈의 동네는 궁전 건물 입장료와 정원 입장료를 따로 받는 순전히 날강도 같은 배짱이다. 그만큼 자신감이 있다는 뜻이다. 루이 14세가 각국 왕이나 명사들을 초청하여 자기 왕궁을 자랑하자 다른 나라에서 이 궁전을 벤치마킹했다니 그때부터 알아봤다.
이 궁전을 건립할 때 가장 큰 폐착이 화장실을 만들지 않은 것이다. 하긴 그 당시 프랑스는 화장실이라는 문화가 없었다. 그래서 왕실 파티가 끝난 다음날 궁전 주변의 구석구석에는 지린내와 대변 냄새가 진동을 했다는 설이 돌아다닌다. 얘네들 화장실 문화는 먼저 소개한 바 있다. 하긴 우리 선조들도 처가와 똥 간을 멀리 떨어져 있어야 한다고 했지만.아무튼 신성하고 존귀한 임금의 거처를 얘기하면서 화장실 얘기만 하다간 잡혀가서 경을 칠 노릇이니 여기서 끝.
이 궁전에 얽힌 이야기 중 재미있는 일화를 소개한다. 루이 14세는 자기의 권위와 궁전의 권위를 동일시했다. 그래서 <베르사유 궁전의 정원을 둘러보는 방법>이라는 제목의 가이드북을 루이 14세가 친히 제작하여 민간인들이 베르사유를 구경하고 왕의 권력과 위엄에 감복하도록 했다. 민간인 자랑용으로 만들어진 화려한 구획과 실생활을 위한 소소한 공간이 따로 구분되어 있었다고 한다. 이외에도 선전 목적으로 왕실의 일요일 만찬은 누구나 구경할 수 있었는데, 루이 14세가 달걀을 먹는 모습이 최고의 인기였다고 한다. 또 왕비의 출산 장면까지도 공개되었다. 다만 너무 많은 구경꾼 때문에 산모가 기절하기도 했다고 한다. 대신 궁전을 구경하러 들어오려면 양복 재킷을 입어야 했는데, 궁전 입구에서 양복과 칼 대여점해서 한몫 잡은 사람도 있었다. 우리나라 대원군도 경복궁을 짓고 나서 유료 관람을 시켜서 국고를 튼튼히 하여 나라를 부강시켰으면 일제한테 당하지 않았을까 하는 망상을 해본다.
아무튼 이 거대한 왕궁에는 2,300개의 방이 있는데, 금삿갓이 보기엔 거울의 방이 최고로 보인다. 방의 한 면의 길이가 73m이고 다른 면이 10m가 넘으니 이건 순전히 방이라고 하기보다 운동장이 더 알맞다. 화려한 샹들리에와 양쪽으로 늘어선 대리석상들과 357개의 거울, 화려한 천정화 모든 게 눈이 휘둥그레진다. 창문으로 내다보이는 정원 또한 광장하다. 당시 거울 만드는 기술은 이태리가 독점적 산업이었는데, 산업스파이 두 명을 몰래 빼내와서 이런 짓을 했다. 그리곤 이태리 사신들을 불러서 우리 거울이 니네 거울보다 낫다고 자랑했다니. 오늘은 이것으로 끝내고 내일 생장 피에드 포르로 산티아고 순례길 시작점으로 출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