센 강 유람선을 타면 너나 가지라던 섬인 여의도 보다는 훨씬 작지만 시테섬을 좌우로 돌게 된다. 이 시테섬의 동쪽 끝 부분에 노트르담 성당이 있다. 1160년에 공사를 시작하여 1345년에 완공된 천주교 성당으로 그 명칭이 '우리의 귀부인' 즉 성모 마리아를 지칭한다. 첨탑이 유난히 뾰족하게 하늘로 치솟아 있다. 대성당에는 다양한 성상(聖像)들이 많았는데 1548년 개신교 즉 위그노 반란 때 우상숭배라는 명목으로 대부분 파괴되었다. 이곳의 첨탑에는 그래도 새들의 둥지가 없어서 다행이다.
조선 과객 금삿갓은 어릴 적 빅토르 위고의 <노트르담의 꼽추>를 읽고부터 파리하면 에펠탑 보다 노트르담 성당을 먼저 떠올리는 습관이 있었다. 그래서 35년 전에 파리에 처음으로 출장을 왔을 때, 에펠탑 보다 노트르담 성당에 먼저 와 보았다. 소설과 영화 <노트르담의 꼽추> 영향이다. 문학작품이나 예술작품이 사람의 인식과 기억에 미치는 영향이 관광지나 명승지에 비할 수없이 지대하다.
노트르담의 꼽추인 콰지모도는 태어나자마자 어머니에 의해 노트르담 대성당의 돌계단에 버려진다. 다행히 그는 성당의 부주교인 클로드 프롤로에게 입양된 후, 종탑의 종지기로 살면서 꼽추인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사람들에게 숨긴다. 성직자인 프롤로는 성당 아래 광장에서 춤추는 아름다운 집시 여인 에스메랄다에 대한 금지된 욕정을 품고, 콰지모도에게 그녀를 납치해 오라고 시킨다. 그러나 에스메랄다를 연모하는 왕궁의 경비대장 페뷔스에 의해 이 계획은 좌절되고, 콰지모도는 감옥에 갇혀 온갖 폭행과 조롱을 당하는 신세가 된다. 그러던 어느 날 심한 채찍질을 당한 콰지모도를 에스메랄다가 돌보아 주고, 이후 콰지모도는 에스메랄다에게 온 힘을 다해 헌신한다. 프롤로, 페뷔스, 콰지모도 세 사람 모두 에스메랄다의 사랑의 마법에 걸려서 사랑과 기만의 드라마틱한 전개가 펼쳐진다. 사랑에 눈이 먼 프롤로는 페뷔스와 에스메랄다를 염탐하다가 질투에 사로잡혀 페뷔스를 찔러 죽인다. 죄 없는 에스메랄다는 살인죄를 뒤집어쓰고 체포되어 교수형을 선고받는다. 그러자 그녀를 짝사랑하던 콰지모도가 용감하게 그녀를 구하려 하지만 결국 처형되고 만다. 교수대의 시체로 매달린 에스메랄다를 본 콰지모도는 “내가 유일하게 사랑한 사람”이라고 울부짖는다. 노트르담의 탑 위에서 에스메랄다의 죽음을 웃으면서 지켜보고 있는 부주교를 보고, 콰지모도는 분노하여 그를 밀어뜨려 죽인다.
세상으로부터 유리되어 창문틀로 세상을 보는 사람들의 생각은 어떨까? 음흉한 성직자나 마음씨 착한 종지기 꼽추나 무고하게 죄를 뒤집어 쓴 집시나 모두 구원을 받아야 할 존재일 것이다. 성스러운 사원에서 일어나는 애증과 갈등, 사랑과 원죄의 결말, 사회 부조리의 실상이 느껴지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