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쪽 올라오는 길은 모두 아스팔트 포장이 되어있다. 포장도로가 끝나고 홁길이 나타나면서 이어지는 길을 따라 걸으면 해발 1,344m의 벤따르띠아 언덕을 지나서 프랑스와 스페인 국경 표지석이 나타난다. 우리나라의 상황에서 국경이란 군인들이 삼엄한 경비를 서고, 검문과 여권 등 신분 조사를 하는 게 상식인데, 이곳의 국경은 정신 바짝 차리고 살펴보지 않으면 그냥 스쳐 지나간다. 뭔가 특별한 표식이나 그런 게 없다. 너무 싱겁다. 아마 국경인지 모르고 지나가는 순례객이 더 많으리라.
그곳에서 이태리 친구를 만났다. 밀라노에서 왔는데 안젤로다. 나이가 62살이란다. 이 친구도 자기가 은퇴하고 와서 순례길 걷는 사람 중 연장자일 거라면 은근히 뻐긴다. 조선 과객 금삿갓도 은퇴했고 나이가 70을 바라본다고 하자 금방 꼬리를 내린다. 이 친구는 순례길 연도에서 자주 보게 된다. 이태리 출신답게 여자에 관심이 대단하다. 금삿갓이랑 이야기하다가 혼자 걷는 여성 순례객이 지나가면 금삿갓은 본체도 않고 여성 순례객에게 무조건 말을 건다.
기다란 이정표도 서있다. 목적지인 론세스바예스가 아직 7.4km 남았다. 조금만 더 올라가면 정상이고 그다음부터는 내리막 길이다. 정상은 해발 1,430m인 레푀데르 언덕이다. 스페인 국경선까지의 길은 대부분 포장도로이고 일부분만 흙길의 소로이다. 국경선을 지나서 가파른 오르막을 올라가면 그 다음 부터는 숲길이 나타난다. 이제까지 광활한 풍광을 즐겼는데, 정상까지 가는 길은 좁은 숲길을 걸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