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에서 스페인으로 넘어오면 피레네의 분위기는 아주 확 바뀐다. 우퉁불퉁한 돌길과 흙길이 계속해서 발바닥을 괴롭힌다. 한국에서 등산으로 단련했다고 자신했으나 무거운 배낭의 무게와 설친 잠의 피곤함이 서서히 다리와 발에 충격을 주고 있다.
프랑스 쪽은 나무가 거의 없이 저 푸른 초원으로 되어 있는데, 스페인 구간은 울창한 활엽수림으로 덮인 길이 순례객을 반긴다. 태양이 그리 뜨겁지 않은 날씨라서 굳이 그늘이 필요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그늘이라 기분이 좋다. 오히려 한국의 가을날처럼 싸늘한다. 숲이 울창하여 하늘이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숲이 잘 발달되어 있다.
발밑에 감촉이 너무 폭신하다. 발이 낙엽덕에 호강이다. 시몬 너는 아느냐? 이렇게 푹신한 낙엽길을 걷는 편안함을. 잎새 져버린 숲이 아닌 오히려 잎이 무성한 여긴 낙엽이 이렇게 많단다. 너는 아느냐? 낙엽을 밟아도 소리가 나지 않는 곳도 있다는 걸? 여긴 마치 침대가 과학인 시몬스 아니 템퍼 침대의 매트리스 위를 밟고 있는 것 같단다. 하느님이 초보자(初步者) 순례객에게 베프는 약간의 은전(恩典)으로 생각하자.
워낙 울창해서 햇살을 잘 못 받는 환경이라서 나무의 밑둥에는 시퍼런 이끼가 잘 피어 있다. 마치 원시림의 숲속에 와 있는 것 같다. 작은 풀 조차도 별로 없고 거의 이끼류들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