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으면서 만났다가 헤어지고, 스쳐 지나가고, 부엔 까미노(Buen Camino)즉 '좋은 순례길 되세요.'라고 각자 길을 가다가 몇 번을 다시 만나곤 한다. 이곳의 순례자 수용능력이 217명으로 프랑스 카미노길 전체의 알베르게 중 두 번째로 많아서 이곳에서 만난 사람들은 길 중간에 흩어지기도 하고 만나기도 한다. 제일 수용 인원이 많은 곳이 산티아고 콤포스텔라 도착 바로 전 마을인 몬테 도 고소(Monte do Gozo)에 있는 알베르게 순타 데 갈리시아(Xunta de Galicia)로 400명을 수용할 수 있다. '장미의 계곡'이란 의미의 론세스바예스는 이직 피레네 산맥의 품속이다. 해발 1,000m가량 되니까. 주변에 아무런 시설이 없어서 알베르게에서 제공하는 식사만이 가능하다.
180명을 수용하는 공동숙소에서 1, 2부 식사 타임을 정해서 하는데, 인연인지 낮에 길에서 만나 사진 찍던 사람들과 한 테이블이다. 크로아티아에서 온 씩씩한 여성 3인방과 이탈리아노인 안젤로다. 나머지 세 사람은 그 자리에서 수인사한 사이다. 안젤로에 대해서 언급했지만 이 친구 정말 재밌다. 필자랑 갑장(甲長) 정도로 생각하고 덤볐다가 일곱 살 아래인걸 알고 꼬리를 내렸다. 그런데 이 친구 정말 여자 좋아한다. 필자랑 걸으면서 얘기하다가 혼자 걷는 여성 순례객이 마주치면 즉각 반응해서 그쪽으로 당장 방향을 선회한다.
그 자리에서도 자리를 바꾸어가면서 젊은 여성 쪽으로 간다. 대화도 필자랑은 쌩까고 그쪽으로 고개를 완전 돌려서 열심이다. 정말 재밌는 친구다. 길을 걸으면서 이 친구랑 몇 번을 마주치고 같은 숙소에서 묵기도 하지만 알베르게에서는 아예 남자들과는 대화를 안 한다.
반면에 크로아티아에서 온 여성 3인방은 정말 씩씩하고 무거운 배낭을 지고도 잘 걷는다. 각자 이번 카미노 산티아고를 걷는 소회도 얘기하면 즐거운 한 때를 보냈다. 그녀들과도 앞으로 몇 번을 더 조우하게 된다. 포도주를 좋아하지 않거나 전혀 마시지 않는 순례객이 같은 테이블에 많이 있으면 그날은 여지없이 조선의 과객 술꾼 금삿갓은 행복한 날이다. 술 중에서 제일 맛있는 술이 무엇인 줄 아시는가? 밸런타인 30년 산, 로열샬루트 50년 산, 싱글몰트 위스키, 엑스트라 올드 코냑, 마오타이주 등등 맛있다고들 하지만 술꾼 과객 금삿갓의 의견을 전혀 다르다. 공짜로 마시는 술이 제일 맛있다. 물론 엄밀하게 말해서 알베르게에서 마시는 술이 공짜는 아니다. 밥값에 포함되어 있으니까. 그런데 보통 3인당 1병의 와인을 제공하는데, 몇 명이 비주류인 경우 내 몫보다 더 많이 마시는 부분은 공짜인 것이다. 술탐이 심한 과객의 술심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