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비드 19 팬데믹이 오기 전에 친구들과 동해안 해파랑길 750km를 구간별로 끊어서 1박 2일 또는 2박 3일씩 트레킹을 한 적이 있다. 강릉 아래쪽 등명(燈明) 낙가사(洛伽寺) 구간을 걸을 때 바닷길을 버리고 산길로 트레킹을 하기로 의기가 투합했다. 모두 호기롭게 산길을 올라갔으나 일이 터지고 말았다.
능선을 넘어 오솔길을 타고 가면서 두어 개 능선을 더 넘어가는데 별안간 앞에서 길이 끊어졌다. 지도상에도 분명 길이 있고, 사람들이 많이 다닌 길이었는데 갑자기 길이 사라진 것이다. 길을 찾느라 능선을 오르고 내리기 수회 반복되자 힘들고 갈증도 심했다. 잠깐이면 그 코스를 통과하여 등명항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기에 식수도 준비하지 않았다. 문제는 바로 그 산이 사유지라서 등산로를 폐쇄하고 철망을 설치하였던 것이다. 그러니 길을 찾을 수가 없었다. 제주 올레길도 사유지를 통과하는 문제로 길이 이리저리 왜곡되었다.
여기 산티아고 순례길도 수많은 사유지를 지나간다. 숲 속도 있고 개활지인 농지도 있다. 다만 다른 것은 아예 철망으로 막아 통행을 금지한 것이 아니라 사유지의 경계는 확실히 표시하고 길은 열어주고 있다. 이곳이 사유지라는 표시로 게이트를 설치해 놓았지만 걸쇠나 잠금장치는 없다. 문은 있으나 항상 열려 있니 소통과 왕래가 가능한 것이다. 경계는 표시하되 경로는 열어주는 열린 마음 우리가 더 넓은 가슴으로 배워야 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