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에스삐날에서 수비리까지(7/17)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배낭의 무게를 느끼며

by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오늘 이동거리 21.5km 중에서 6km를 걸었으니 남은 게 15.5km이고 도중에 다시 922m의 고지와 909m의 고지를 넘어서 600m 수준의 수비리(Zubiri)에서 여장을 풀어야 한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밤을 보낼 숙소는 피레네 산속의 오리손 산장만 예약하고 앞으로 모든 숙소는 예약 없이 진행이다. 순례길 숙소는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된다. 숙소는 알베르게(Albergue)라 하는데 크게 공립과 사립이 있다.

공립(公立)이라고 해야 국가가 운영하는 것이 아니라 도시의 자치단체(Municipal)나 천주교 성당 또는 교회자선단체 등에서 운영하는 것이다. 이런 알베르게는 대체로 1인당 1박에 10~13유로 정도로 약간 저렴하며, 기관에 따라 숙박비를 전혀 받지 않고 순례자가 자발적으로 기부금을 내는 곳도 있다. 이런 곳에 근무하는 사람들은 대체로 노인들로 무료 봉사하는 것이다. 론세스바예스 알베르게가 규모가 가장 큰 숙소이다. 예약을 받지 않고 선착순이다. 늦으면 침대를 못 구한다.

사설(私設) 알베르게는 개인이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하는 공용 숙박업소이다. 요금은 1박에 1인당 15유로가 최저가이다. 시설이나 편의성이 공립에 비해 괜찮고 저녁 식사를 옵션으로 하는 곳이 많다. 저녁 식사는 1인당 대체로 10~15유로 정도 한다. 와인이 제공되면 13~15유로이고, 와인이 없으면 10 유료 정도이다. 아침 식사를 따로 주문해서 해결할 수도 있다.

모두 공동 침실이지만 경우에 따라 프라이비트 한 투베드 룸이 있는 곳도 있다. 화장실, 샤워실은 모두 남녀 공용이며, 식사를 개인이 해결하는 사람을 위해 공용 주방을 갖추고 있다. 주방에는 쿡커(Cooker)가 없는 곳도 있고, 전자레인지는 필수로 있다. 냄비, 칼, 수저, 컵 등 식사에 필요한 도구도 있고 공동냉장고도 있다.

매일 장거리를 걷고, 짐 무게로 옷을 단벌이나 딱 두벌 정도 입고 휴대하므로 매일 세탁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세탁은 각자 손으로 해결하거나 세탁기가 비치된 숙소에는 3~4유로를 내고 세탁을 해야 한다. 이곳에서 샤워실과 세탁실에는 목욕제품(치약, 샴푸, 비누, 수건 등)은 없고, 세탁비누도 마찬가지다. 모두 스스로 구해서 짊어지고 다니면서 해결해야 한다. 옛날의 순례자들이 얼마나 힘든 길을 걸었는지 짐작이 간다.

쓸데없는 설명 하느라 지면을 많이 소비했네. 에스삐날 마을의 거의 끝에서 왼쪽으로 이어지는 숲길을 통해서 길을 걷게 된다. 여기서부터 990m의 메스키리츠(Mezkiritz) 고개를 만나게 된다. 이 고개를 올라가기 위해서는 너도밤나무 사이의 좁은 숲길을 지나고 두 개의 골짜기를 넘어야 한다. 순례자는 메스키리츠 고개 정상에서 도로와 만나게 된다. 정상의 비석에는 “여기에서 론세스바예스의 성모에게 구원을 기도한다”라는 문구가 쓰여 있다. 순례자는 이 도로를 가로질러 회양목과 떡갈나무로 가득 찬 터널 같은 좁은 숲길로 지나간다.

숲길을 지나고 단조로운 길을 계속하다가 에로(Erro) 강의 다리를 건너면 곧 비스까렛(Viscarret)에 도착하게 된다. 비스까렛은 목축을 주로 하는 마을로 12세기까지 순례자들을 위한 병원이 있었을 정도로 번성했던 마을이었단다. 콘크리트로 돌을 흉내 내어 만든 길은 이 마을의 끝까지 이어지는데 발을 피곤하게 만든다. 비스까렛 마을과 그 마을을 지나서 영국에서 온 교사 출신 순례자와 대만의 타이베이에서 온 유치원 교사인 아가씨를 만나서 이야기하면서 사진도 찍고 했다.

마을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를 지난 후에 왼쪽으로 있는 조그만 슈퍼마켓 옆으로 고속도로와 평행하게 나있는 좁은 길을 따라 걷다 보면, 평범한 마을 린소아인(Lintzoain)에 다다르게 된다. “롤랑의 발자국”에 관한 전설이 있는 이 마을을 지나면 그 이후로는 매우 좁은 길을 통해 해발 909m인 까로비데(Carrovide) 고개의 정상을 향하는 오르막이 시작된다. 오르막길을 오르는 동안 순례자는 커다란 너럭바위 옆을 지나게 되는데 이곳이 바로 “롤랑의 발자국”이 있다는 전설의 바위로 이곳을 롤랑과 그의 식구들이 지나갔다고 전해진다. 일반적으로 순례자들은 뜨거운 태양 아래서 낑낑거리면서 걷기 때문에 길가의 지형지물은 눈여겨보지도 않고 그냥 지나치기가 십상이다.

길은 고속도로와 연결되는 좁은 숲길로 이어지며 산기슭에 다다르면 떡갈나무, 자작나무, 소나무 등이 우거진 넓은 숲이 나온다. 이곳의 소나무들도 우리나라 소나무처럼 제선충에 걸렸는지 말라서 죽은 게 군데군데 눈에 보인다. 좀 더 내려오면 해발 801m의 에로(Erro) 고개는 100년은 넘어 보이는 오래된 소나무와 떡갈나무, 자작나무가 우거져있으며, 높은 통신용 철탑이 있다. 에로, 에로 하니까 그 옛날 에로 비디오나 에로 영화를 상기하시지 말기 바란다.

중세시대 순례자를 위협하는 도둑들의 보금자리였다는 전설의 에로 숲을 지나 언덕에서 아스팔트 포장도로를 가로지르면 오래된 유적지인 벤따 델 뿌에르또(Venta del Puerto)로 향하는 길로 접어든다. 이후 뽀르띠요 데 아고레따 계곡의 뒤로 내리막은 심해지고, 숲의 끝에 수비리가 먼발치로 보이기 시작한다. 수비리는 아르가(Arga) 강을 까고 있어서 돌로 만든 석교(石橋)를 건너면 바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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