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비리(Zubiri)를 향해 지치고 목마른 몸을 이끌고 걸어가는 중간에 도로 옆 약간 넓은 공간에 푸드트럭이 순례객을 반긴다. 햇살을 가릴 수 있는 파라솔과 의자를 펼쳐 놓고 심신이 힘든 순례객들에게 마실 것과 먹을 것을 제공하고 대신 순례객의 가벼운 주머니를 털어간다. 카드 결제도 안 되고 현금 박치기다. 그러나 마을도 없는 한적한 곳에 이런 오아시스가 있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가.
옛날 북한산이나 관악산, 청계산에서 음주가 허용될 때 정상 부근의 고개에서 막걸리 한 잔에 3,000원씩에 사서 마셨다. 이곳도 마찬가지다. 바나나 한쪽이 1~2유로이다. 커피 한 잔이 2유로이다. 감히 누가 비싸다고 불평할 수가 있을까? 주는 대로 먹고 마시고 부르는 대로 계산하면 된다. 사막에 오아시스가 있다면 순례길에는 푸드트럭이 있다.
순례객들의 주머니만 털어가는 게 아니다. 실연(失戀)해서 산티아고 길 걷는 사람, 새로운 사랑을 찾아 걷는 사람 등등 가지가지 사연이 많을 것이다. 이들의 사연은 묻지 않고 그냥 본인이 소망하는 바람이 이루어진단다. 단 자기의 속 옷을 벗어서 여기에 넣어두어야 한다. 순례길에 짐이 무거워서 긴요한 물건 이외는 버리거나 필요한 사람에게 주는 경우가 많다. 길가에 벗어던진 등산화가 제일 많다.
무거운 겉옷도 버린다. 그런데 여성들의 속 옷을 강탈하다니.....바구니 안에 브래지어, 팬티, 양말이 소복하다. 각국의 언어로 속 옷을 놓고 가면 꿈이 이루어진다고 광고하고 있다. 필자는 찾을 사랑도 없어서 벗어 놓을 게 없다. 당연히 속옷 한 벌로 버티는데 벗어 놓고 가면 노팬티라서 조선의 선비 과객으로서 체통이 말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