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 사발디카마을에서(7/18)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성 스테파노 성당

by 금삿갓

수비리에서 라라소냐까지 내려오면 산길은 거의 내려온 것이다. 라라소냐가 해발 490m 정도이고, 이후 팜플로나까지 거의 평지를 걷게 된다. 수비리에서 12km 지점에 사발디카(Zabaldika)라는 마을이 있다. 13 가구와 수녀원 하나인 아주 조그마한 마을로서 아르가(Arga) 강의 다리를 건너면 언덕 위에 작은 성당이 있다. 스페인은 소규모 마을일지라도 성당은 무조건 있다고 보면 된다. 천주교가 스페인의 국교이니까. 성 야고보가 예수의 제자로서 땅끝까지 전도하라는 그의 명령을 따라 제일 먼저 전도지로 정한 곳이 스페인이다.

왜 하필 스페인이었을까? 야고보는 육지를 걸어서 땅끝까지 전도하려면 시간이 너무 많이 걸릴 것을 알고, 로마에서 바다로 나갔다. 지중해를 가로질러 대서양으로 나가서 스페인의 땅끝에 단번에 도달하여 거기서 전도를 시작한 것이다. 처음 그곳에서 전도를 시작했지만 수년간 제자 3명을 모으는 아주 저조한 전도 실적을 올렸다고 한다. 그래도 꾸준히 전도를 하였다. 야고보의 전도와 죽음, 산티아고의 순례길의 유래와 의미는 차차 글을 올리면서 엮어보자.

조선 과객 금삿갓이 이 성당에 들어가니 자원봉사자 한 분이 근무하고 있었다. 순례객들에게 세요(Sello) 즉 스탬프를 찍어주고 어느 나라에서 왔느냐고 물었다. 한국이라고 대답하자 인쇄된 A4 용지 네 장을 주었다. 종이에는 한글로 사발디카 마을의 유래와 현황이 간단히 쓰여있고, 이 성당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기록해 놓았다. 성 스테파노는 이 성당의 주보성인이고, 성당은 13세기에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원통의 기둥이 천장을 받치고 있다. 종탁의 구리로 만든 종은 나바라 지방에서 가장 오래된 종이란다. 대부분의 건축 구조물이 그 시대의 것으로 보존이 되어있다. 다만 중앙제단만 17세기 제작이란다.

다른 종이에는 순례자를 위한 주님의 기도문이 적혀이었다. 신자(信者)가 아니지만 이렇게 자세하게 한글로 설명해 준 노력이 돋보여 쉬면서 읽어보았다. 마치 주기도문을 순례객에 맞추어 개사(改詞) 한 것처럼 보였지만 정성이 느껴졌다. 다른 것은 10가지의 '순례자의 행복'을 상세히 기록했고, 나머지는 순례길을 '비유와 현실'의 길로 정의하고 있었다. 순례자로서 읽으면서 가슴이 뭉클한 기분이 들었다.

1. 눈을 열게 하여 못 보던 것을 보게

2. 도착보다는 함께 걷는 의미를

3. 길을 명상하며, 무수한 이름으로 가득함을

4. 진정한 길은 끝났을 때 비로소 시작이며

5. 배낭은 비어도 마음은 풍요롭게

6. 앞서기보다 뒤에서 다른 이를 돕기를

7. 길을 벗어나도 새로움이 있기를

8. 그분의 삶을 찾으면 바로 진리의 길이며

9. 길에서 참된 자아를 만나길

10. 길은 침묵이지만 곧 기도이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상 주변이 멀리서 보면 나뭇잎이 붙은 것 같은데, 순례객들이 자신의 소원이나 마음을 표시한 글을 스티커에 적어서 붙인 것이다. 수많은 나라의 수많은 언어로 각자의 생각을 몇 자씩 표현한 것이다.

성당 입구를 나와 순례길로 접어드는 길목에 커다란 선인장이 마치 성당의 첨탑처럼 하늘로 치솟아 꽃을 피우고 있다. 하늘의 은총에 자연의 보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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