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느닷없이 발가락과 발바닥 사진을 마구 올리는 무례를 용서하기 바란다. 그것도 잘 생기지도 못한 멍들고 시들은 발 사진이라니. 어느 인터넷 기사에서 예쁜 발 선발 대회를 한다는 걸 본 적은 있는데. 이처럼 못 생기고 흉한 발을 독자들에게 선보이는 게 여간 무례가 아니지만 그 이유를 설명드리겠다.
조선 과객이 어릴 때, 아마 초딩 때일 것이다. 학교 도서실에서 한국문학전집을 빌려다가 두고, 몇 날 며칠을 날밤을 깐 적이 있다. 담임선생님께서 도서실 주임이라서 백을 좀 썼다. 원래 1인 1권 대출인데, 반장이고 도서 정리를 도와드린 공로(?)로 전집을 통째로 빌렸다. 요즘 같으면 김영란법 위반일까? 그 당시 제일 뇌리에 충격을 준 것이 바로 이것. 소설가 금동(琴童) 김동인의 단편 <발가락이 닮았다>이다.
당시 어린 마음에 '여북하면 발가락이 닮았다고 했을까'라고 생각했다. 총각시절 방탕했던 주인공 M의 입장에서는 발가락 아니 손톱이라도 닮아야 할 절박함이 있다. 조선 과객도 총각시절 별 잘못을 저지르지 않았는데도 첫아이를 낳을 때 엄청 걱정되고 근심되더라. 혹시 기형아나 이상한 아이가 태어나는 게 아닐까 싶어서 조바심을 가졌던 게 사실이다.
조선 과객이 의사나 생물학자가 아니지만 우리 집안은 발가락이 닮는 게 사실이다. 우선 둘째 발가락 길이가 엄지발가락 보다 훨씬 길다. 시집온 며느리들 빼고 모든 식구가 같다. 이걸 말하려는 게 아니다. 문제는 다른데 있다. 주인공 M의 문제와는 다른 문제이다. 남자들 군대 가서 문제가 나타난다. 바로 장거리 행군할 때 제일 고생이다. 거의 발가락 구조 때문이다.
새끼발가락의 일정 부분이 넷째 발가락 밑으로 눌리고, 넷째 발가락은 가운데 발가락에 눌린다. 마치 군대에서 신참병이 고참병에게 무조건 눌리듯이. 그러니 군대의 장거리 행군이나, 지금 과객 금삿갓이 무거운 배낭을 지고 순례길을 걷는 건 발가락 구조상 무리이다. 어릴 때는 발가락 모양이 동그랗게 생겼는데, 어른이 되면 새끼발가락과 넷째 발가락은 삼각형으로 변했다. 얼마나 고참병 아니 고참 발가락에게 눌렸으면 삼각형으로 변하겠나? 이번 순례길에도 여지없이 낮은 서열부터 물집 잡히고, 물집 터지고, 생고생이다. 발가락이 안 닮았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