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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Mar 12. 2024

285. 기업농(企業農)과 영세농(零細農)

농촌의 일손 부족

산티아고 순례길을 한 달 정도 걸으면서 무수한 농장을 보았다. 규모도 크고 각양각색의 작물을 경작하고 있었다. 가장 많은 것이 밀과 포도, 해바라기, 옥수수, 올리브 등이다. 그와 다른 작물들도 있었는데 이름을 모르겠다. 아무튼 이런 작물을 경작하고 있지만 정작 농장에서 사람들이 일을 하고 있는 모습은 별로 본 적이 없다. 어쩌다가 농기계를 이용하여 수확을 하는 사람 한둘 정도 본 것뿐이다. 경작규모가 대단위라서 모든 농업이 기계화되었고, 관개수로도 잘 정비되어 있고, 수시스템인 스프링클러도 잘 갖추어져 있어서 일일이 사람의 일손이 필요하지 않은 것이다. 그런데 갈리시아 지방의 약간 산악 지방의 시골에 들어서자 상황이 달라 보였다. 경작지가 언덕과 구릉지에 주로 있고 구불구불하고 높낮이도 제각각이어서 기계화를 하기에 상당히 애로 사항이 있어 보였다. 아니나 다를까 어떤 농장은 일손이 없어서 그런지 황폐화가 되어서 잡초 밭으로 변해버렸다. 잡초들 틈바구니에서 겨우 목숨만 부지하고 있는 포도 덩굴들이 도리어 용해 보였다. 그나마도 이제 손길을 받지 못하여 말아 죽거나 고사 일보 직전인 농장도 눈이 띄었다. 기계화가 된 농장은 가지치기, 농약 뿌리기, 비료주기 등을 기계로 하니까 관리가 잘 돼서 포도 송이도 튼실하게 잘 자라서 익어가고 있는데, 사람의 손으로 돌보아 주는 농장은 그야말로 버려진 농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시골 상황도 이와 별반 다르지 않으리라. 시골의 평균 연령이 70대를 웃돌고, 몇 년 후면 80대를 넘어서 농사는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의 시골 농업도 대규모 기업화해서 기계화하지 않으면 경쟁과 시대 변화에 적응하지 못할 것이다. 소유권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경작권을 넘겨서 한 곳으로 모으면 기계화 기업화가 가능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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