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회지를 걸을 때는 못 느꼈는데, 시골 마을을 지나갈 때면 길바닥도 잘 살펴야 되지만 건물이나 주택들의 지붕을 자주 쳐다보게 된다. 그러면 눈에 자주 들어오는 게 시골 동네 집등의 굴뚝과 방송 수신 안테나이다. 굴뚝에 관한 소회는 지난번에 글을 썼고 안테나에 대한 소회다. 30년 이상을 방송사에서 월급을 받아온 금삿갓 입장에서 방송 안테나는 여러 가지 감회를 자아내게 하는 시설임에 틀림없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방송 안테나와 가장 밀접한 관계를 맺은 것이 한 30여 년 전인 1994년에 강원도 춘천에서 2년간 근무할 때이다. 본사에서 처음으로 차장이란 초급 간부로 승진을 하면 당시엔 지방방송국의 부장으로 최소한 1년 이상 근무를 하면서 관리자의 경험을 쌓게 하는 제도가 관행이었다. 당시 금삿갓이 맡은 부서가 TV수신료(시청료)를 징수하고, 시청자들의 민원을 처리하는 업무였다. 민원은 주로 시청자들이 가정에서 선명하게 방송을 시청할 수 없다고 연락하면 기술자들을 보내서 방송 안테나를 바로 잡아 주거나 재설치하는 등 선명한 화면이 나오도록 해주는 것이다. 가끔 관내의 의사회와 한의사회, 약사회 등에 협조를 얻고, 가전회사의 협찬을 받아서 면단위의 동리로 이동봉사활동도 큰 보람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을 빌려서 환자들을 진료도 하고 고장난 가전제품들을 무료로 수리해 주는 등 말하자면 무료 대민 봉사활동이다. 이 활동을 정성 들여서 하면 주민은 물론 지방자치단체장들이 정말 고마워했다.
여름에 폭풍이 지나고 난 후에나 겨울을 보내고난 후에는 시골 지붕 위에 설치된 안테나가 강풍이나 눈보라에 의해 방향이 바뀌거나 휘어져서 전파가 잘 안 잡혀 민원이 많이 발생한다. 강원도의 관할 지역은 넓고 일손이 부족해서 금삿갓도 간단한 지식을 습득하여 같이 현장에 투입할 때가 많았다. 덕분에 강원도의 구석구석을 많이 다녀 보았고, 그렇게 노력한 덕분에 부임 초기에 전국 최하위였던 수신료 징수 실적이 1년 만에 최고로 올라가서 그 후 계속해서 2년 연속 최우수 징수 실적 표창도 수상했다. 그러니 은퇴를 했음에도 이곳 산티아고 순례길에서 시골 마을 방송 안테나를 보니 감회가 아니 생길 수 없다. 참고로 스페인도 우리나라처럼 방송은 공민영혼합체제이다. 스페인의 최대 공영방송사이며 지상파 방송사는 공영 또는 국영 방송사인 rtve(Radio y Television Espanola)이다. 이 방송사는 유럽의 다른 공영방송사처럼 수신료를 받지 않고, 광고료로 운영을 하다가 광고를 전면 폐지한 이래 국가의 재정 지원으로 운영한다. 그러니 국영방송이란 말도 맞고, 전국 네트워크를 독자 운영하는 게 아니라 지방의 민영 방송사와 연계하여 그들로부터도 돈을 받으니 완전 국영도 아니다. 운영 채널은 TV가 11개(국제방송용 4개 포함), 라디오가 6개이다. TV 채널 중 2개가 지상파로 송출되니 시골에 저런 안테나가 집집마다 설치되어 있는 것이다. 위성안테나는 보이지 않았다. 민영방송도 다양하게 운영되면, 드라마나 오락 콘텐츠는 민방의 우세로 공영방송은 뉴스와 다큐위주이다. 지역 방송도 또한 지역 단위로 다양하다. 지역의 언어가 달라서 카탈루냐어 방송 등 지역 특화 방송도 발달했다. 네플릭스에서 인기를 끌어서 한국판으로도 재제작되었던 <종이의 집(La Casa de Papel)>은 스페인의 민영 지상파 방송 안테나 3(Antena 3)에서 제작 방송된 드라마 시리즈이다. 안테나 3은 Atresmedia Television의 소속이다. 본사는 마드리드에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