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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7. 골프장을 그냥 지나가리(7/24)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시루에나 앨버트로스 가스트로 골프장

by 금삿갓

아소프라(Azofra) 마을을 지나서 시루에나(Ciruena) 마을로 가는 길은 두 갈래가 있다. 고속도로를 따라가는 길이 있는데 보기에는 쉬워도 거리가 길고 힘들다. 두 번째 길은 포도밭 사잇길로 이어졌다가 밀밭과 해바라기 밭이 많은 길을 걷는데 이 길이 좀 더 짧다. 조그마한 마르겐 데레차 운하(Canal de la Margen Derecha)를 건너서 밀밭을 따라 계속 걸으면 중간에 널따란 쉼터가 있고 마실물이 나오는 음수대도 준비되어 있다. 이곳을 지나 오르막을 올라가면 시루에나의 마을이 보인다. 현대식 건물로 지어진 마을인데 마치 어디 휴양시설 같아 보인다. 이곳은 진정한 시루에나가 아니고 새로 조성한 계획도시인 시루에나라고 한다.

시루에나에 진입하기 전에 조선 과객 금산갓의 눈에 확 띄는 시설이 하나 있었다. 바로 골프장이다. 지난번에 로그로뇨를 벗어나서 그라헤라 공원을 지나올 때, 거기에도 골프장이 있었는데 순례길에서 많이 벗어나 있어서 골프장까지 갔다가 돌아오려면 2~3Km는 더 걸어야 해서 골프장 구경을 생략했다. 그런데 여기는 골프장이 순례자 길 옆에 바로 있으니 조선의 검객(劍客) 금프로가 어찌 그냥 지나칠 수가 있을 소냐. 과객(過客)이 바로 검객(劍客)으로 변한 것을 독자들은 의아해할 거다. 과객이 왜 검객으로 변했을까? 과객은 지팡이를 쓰고, 검객은 사무라이처럼 칼을 쓰는 집단이다. 골프를 하는 사람은 금방 알아들을 것이다. 골프채가 모양이 칼처럼 길고, 매냥 휘두르니까 칼을 휘두르는 것과 비슷하다. 그래서 골프 연습을 하는 것을 주로 '칼을 간다'라고 표현한다. 매일 다음의 골프 라운딩을 위해서 열심히 칼을 갈고 매진하는 것이니 검객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잔디도 관리가 잘 되어 있고, 연습장까지 갖춘 아름다운 골프장이었다. 18홀이 아니고, 9홀과 연습장을 갖춘 퍼블릭 멤버십 골프장이었는데, 이 마을 사람들은 멤버로 가입하여 수시로 라운딩을 한다고 했다. 날씨 탓인지 골프 라운딩을 하는 사람은 없고 바에서 음료를 마시면서 19홀을 즐기는 동네 사람들 몇 명만 있었다. 당장 배낭을 벗어놓고 한판 라운딩을 하고 싶었지만 멤버와 같이 동반해야 한다고 해서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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