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 뿌엔테 레 라이나에 도착(7/20)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유서 깊은 조용한 마을

by 금삿갓

팜플로나에서 06:20분에 출발하여 아픈 발과 다리를 이끌고 터벅터벅 걷다 보니 어느덧 뿌엔테 라 레이나(Puente la Reina) 입구에 도달하게 되었다. 오늘 출발지에서 25km 되는 지점이다. 스페인어로 뿌엔테(Puente)는 다리라는 뜻이고, 레이나(Reina)는 여왕이라는 말이다. 그러니 이 마을 이름이 '여왕의 다리'이다. 껄떡맨들을 괜히 오해하지 마시라. 치마 속에 감춰진 뽀얀 살결의 미끈한 여왕의 다리를 상상하면 안 된다. 아르가(Arga) 강에 세워진 다리를 말한다. 스페인 순례길 지명에 유독 다리 즉 뿌엔테가 들어가는 곳이 많았다.

마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마치 학자나 교수의 점잖은 복장을 한 오래된 순례자 기념물 (Monumento Peregrino)이 서있다. 프랑스 길과 아라곤 길이 만나는 뿌엔테 라 레이나로 들어가는 입구에 세워져 있는 순례자를 형상화한 기념물이다.


팜플로나에서 출발할 때 오늘 코스를 여기까지 잡았다. 기념물 바로 근처에 아주 큰 규모의 알베르게가 있었다. 산티아고 아뽀스톨(Santiago Apostol) 알베르게로 침상이 100개 정도 되니 큰 편이다. 일단 허기지고 갈증 나는 목부터 추겨야 했다. 알베르게 옆의 플라타너스 나무 그늘에 간이 바르(Bar)가 설치되어 있고, 상냥하고 예쁜 스페인 아가씨가 쉬어가라고 눈길로 유혹을 한다. 카르맨의 집시 같은 여자로 느껴졌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이런 유혹을 거절할 소냐. 커피와 맥주를 시켜서 목을 축이고 간단한 요기를 했다.

요기를 하고 나니 다시 힘이 생겨서 여기서 여장을 풀기엔 앞길이 너무 멀다. 조금이라도 더 움직여 봐야겠다는 욕심이 생긴다. 유서 깊은 뿌엔테 라 레이나를 등지고 더 걸어 보기로 맘을 굳혔다. 플라타너스나무 가지를 잘라내고, 그 위에 평상처럼 만들어 놓고 안개비 같이 가는 물을 뿌려줘서 순례객들의 지친 육신을 시원하게 해주는 곳이다. 묵어 가라는 아가씨의 유혹을 뿌리치고 다시 길을 나서는 금삿갓. 김삿갓 선배라면 못 이기는 척 쉬어 가면서 하룻밤의 썸씽을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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