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마네루로 가는 길목(7/20)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황량한 길을 따라

by 금삿갓

뿌엔테 라 레이나에서 묵지 않고 더 걷기로 하고 길을 나선 것이 13시를 지나서였다. 본격적인 스페인 햇살을 받으면서 다음 숙소가 있을 마을을 향해 가는 길은 정말 지루하고 별 감흥이 없는 황량한 길이다. 다행히 고도는 그리 높지 않았으나 마네루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마지막으로 가파른 길을 넘어야 했다. 시간대가 가장 더워질 시간대로 넘어가는 참이라서 그늘도 없는 사막길 같은 곳은 정말 답이 없다. 우산을 꺼내 받쳐 들고 걸어야 훨씬 시원하다.

다행히 음수대는 한 곳을 발견해서 십 년 대한(大旱)에 단비를 만난 것 같다. 순례길에는 마을마다 이렇게 음수대를 설치하여 순례객들이 무료로 식수를 사용하도록 배려를 해 놓았다. 다만 마을 간 거리가 들쑥날쑥이라서 10km 동안 없을 때도 있고, 2~3km마다 마을이 있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순례객들은 항상 아침에 숙소에서 나설 때 각자 물통에 물을 채워서 메고 나온다. 그 무게도 상당하다. 보통 1인당 1.5~2L의 물을 가지고 다닌다.

계곡을 통해 길게 난 길을 따라 마녜루 입구의 십자가상까지 오르는 가파른 비탈길은 오래된 수도원과 성당건물 사이에서 시작된다. 아르가 계곡을 통해서 오르는 마지막 구간은 상당히 험하므로 물을 충분히 준비하는 게 좋다. 중세의 향기를 간직하고 있는 마녜루에는 향기로운 로즈 와인을 마실 수 있다고 해서 술꾼 과객 금삿갓은 마지막 힘을 내본다.

길가에 올리브 농장이 보인다. 수 백 미터 길이로 늘어서 있는데, 오리브 나무의 수령(樹齡)이 장난이 아니다. 완전 고목(古木)이다. 이런 고목도 죽지 않고 열매를 맺으니 신기하다. 백 년 이상되어 보인다.

언덕을 힘겹게 올라가는데, 옛 수도원 자리가 문화재 유적으로 표시되어 있다. 과거 순례객들이 많고 가톨릭의 힘이 강했을 때 이런 황량한 곳에 수도원이 있었다니.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낀다.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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