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라우끼 마을을 지나고, 살라도 강에 있는 중세의 다리를 건너 길을 재촉한다. 날은 매일매일 청명하고 태양은 빛났다. 푸른 하늘과 군데군데 떠있는 구름을 쳐다보며 걷다 보니, 이어 가장 싫은 너덜지대의 좁은 길이 나온다. 정말 이런 길이 제일 힘들다. 한라산 성판악 등산 코스에 거적때기를 깔지 안 않을 때보다 더 험한 돌길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도 어쩌겠나. 누가 업어주는 것도 아닌데. 부르튼 발이라도 참고 걸으니 왼쪽으로 올라가면서 로르까 마을에 도착했다.
과거 중세시대에 로르까의 약삭빠른 주민들은 돈벌이를 위해 소금기가 많은 강물을 독이 있는 강물이라고 순례자들을 속여 그 물을 못 마시게 했단다.대신 목을 축이려면 포도주를 사서 마시라고 했단다. 목마른 자가 샘을 판다고, 독이든 물을 마시기보다 포도주라도 돈을 주고 사서 마셔야 걸을 수 있다. 지금은 순례길에 마실 물의 인심은 대체로 좋다. 5~6km 정도에 마을이 있고 마을마다 순례객들이 받아 마실 수 있는 음수대가 멋진 조형물과 함께 설치된 곳이 많다. 그곳 공무원이 아침 일찍 나와서 측정기를 가지고 음수용으로 적합한지 검사를 하는 모습도 보였다. 로르까 마을의 현재는 맛 좋은 포도주 인심이 좋은 친절한 마을이란다. 인심 좋은 마을이라고 여기서 퍼질러 눌러 쉴 수는 없다. 오늘 갈길을 내일로 미루지 말라고 김삿갓 선배가 말씀하지는 않았지만 갈 길 먼 조선 과객은 발길을 움직인다.
산티아고 길과 함께 만들어진 이 마을은 길 주위로 아름다운 건물들이 있다. 중세의 순례자들이 걸었던 마을의 동쪽에서 서쪽으로 지나는 도로의 중간에는 작은 우물과 정원이 있었다고 한다. 순례자들에게 평화로운 휴식을 제공해 주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산 살바도르 교구 성당 (Iglesia Parroquial de San Salvador)이다. 롬바르디아 양식의 로마네스크 성당으로 내부는 13세기 고딕 양식으로 되어있다. 신랑(身廊)은 크기가 다른 구획으로 이뤄져 있다. 신랑이란 교회당 건축에서, 좌우의 측랑 사이에 끼인 중심부를 이르는 말이다. 건물 내에서 가장 넓은 부분이며 일반적으로 예배를 위한 목적으로 쓰인다. 제단(祭壇) 부분은 반원형으로 되어 있다. 창문 위는 아치, 제단 위에는 원형 궁륭(穹窿)으로 덮여 있다. 18세기에 증축된 성구실은 외벽에 붙어 있다. 정문과 탑은 20세기에 지어진 현대 건축물로 보인다. 여기에 18세기 바로크 양식으로 만든 순례자 야고보 성인의 제단화가 있다.
이것은 산따 까딸리나 성당 (Iglesia de Santa Catalina)이다. 13세기에 만들어진 고딕 양식 건물로 내부가 세 구획으로 나뉘어 있다. 제단 부분은 다각형이고 16세기에 건물 측면에 소성당들이 추가로 증축되었단다. 합창단석은 낮은 아치 위에, 감실(龕室)은 제단 쪽 벽에 붙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