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 종이를 접어 핀으로 수수깡에 꽂아서 바람 부는 방향으로 뛰어다니며 바람개비놀이를 많이 하곤 했다. 좀 더 가볍고 잘 찢어지지 않는 셀로판지 같은 것이 최고의 재질이었다. 그것을 많이 만들어 담벼락에 꽂아 놓으면 바람이 불 때 잘 돌아간다. 마치 요즘의 대관령 풍력 발전기 같다. 이곳 스페인에 바람개비가 무척 많다.
순례길을 걸으면 500m 이상의 고지를 여러 곳을 넘고, 최고 고도는 1,540m 고지를 넘게 된다. 고지에 올라서면 여지없이 바람개비가 열심히 열 일을 하고 있다. 이곳에 바람이 아주 많이 분다. 어떨 때 앞바람이 셀 경우 무거운 배낭을 메고 가는데 힘들 정도이다. 뒷 바람 즉 순풍(順風)이 불고, 태양도 뒤쪽에서 비치면 정말 고맙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순풍일로(順風一路)이다.
풍력발전은 바람이 잘 부는 곳에서는 화력발전과 비슷한 비용으로 전기를 생산할 수 있다. 또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온실가스를 내뿜지 않기 때문에 1990년대부터 서부 유럽에서 널리 보급되었다. 한 35년 전에 프랑스로 처음 출장 왔을 때 마르세유 지방에서 커다란 바람개비가 줄지어 돌아가는 모습이 이채로웠다. 풍력발전이 지금은 미국과 중국에서 급속히 보급되어 세계 최고 수준이지만, 한 때 스페인이 세계 1,2 위의 풍력발전국이었다. 그래도 현재 스페인의 신재생 에너지 생산 비중이 전체 전력 중 40%가 넘고 그중 풍력이 37% 정도라니 바람개비의 숫자를 가히 짐작할만하다.
풍력발전의 발전량은 바람 세기의 세제곱에 비례한단다. 수학적, 과학적 근거 원리는 조선 과객의 관심 밖이고, 얼른 보기에 바람개비의 날개가 세 개라서 그런가 하는 어설픈 생각이 들었다. 선풍기도 날개가 세 개짜리보다 네 개나 더 많은 제품의 바람이 센 것 같던데. 바람은 지표면으로부터 높이 올라갈수록 강해지기 때문에 발전기의 높이가 높을수록 발전량도 증가한다. 태풍 등으로 바람이 너무 강하면 날개의 회전이 빨라져 발전기에 손상이 올 수 있기 때문에 이때는 발전기의 작동이 정지된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