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체 수도원과 와인박물관 옆쪽으로 보데가스 이라체 와인회사가 운영하는 와인 옹달샘이 있다.Fuente de vino 즉 Fuente는 스페인어로 분수나 샘을 말하고, Vino는 포도주이다. 그러니 포도주의 옹달샘인 것이다. 옹달샘은 누구나 와서 마음껏 물을 마실 수 있다. 그러니 포도주 옹달샘도 순례객 누구나 무료로 포도주를 마음껏 마실 수 있다.
이태백의 유명한 시중에서 월하독작(月下獨酌)이 4 수(首)인데, 그중에서 제2번 시에 다음과 같은 구절이 있다. 금삿갓이 좋아하는 구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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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약불애주(天若不愛酒) / 하늘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주성부재천(酒星不在天) / 주성(酒星)이 하늘에 없었을 것이고.
지약불애주(地若不愛酒) / 땅이 만약 술을 사랑하지 않았다면
지응무주천(地應無酒泉) / 땅에는 응당 주천(酒泉)이 없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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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酒客)이요, 과객(過客)인 금삿갓이 아주 좋아하는 구절이요, 절창이다. 와인 옹달샘은 우리식으로 표현하면 바로 주천(酒泉)인 것이다.
위의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옹달샘에서 표주박으로 술을 퍼서 마시는 구조는 아니다. 순례객들의 갈증을 해소하도록 하는 음수대 형태로 만들어졌는데, 왼쪽 수도꼭지에는 와인이 나오고, 오른쪽 수도꼭지에는 물이 나온다. 이곳에 컵도 비치되어 있어서 지나가는 순례객들이 목을 축이거나 와인을 한잔씩 할 수 있다. 물론 무료이다.
술꾼 금삿갓이 이런 좋은 옹달샘을 그냥 지나칠 수야 없는 노릇이다. 세수하러 왔다가 물만 먹고 간 녀석도 있는데, 물만 마시고 가면 쓰나? 술을 진탕 마셔야지. 조선 사람들 공짜라면 양잿물도 큰 것으로 먹는다는데. 아무튼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고 몇 컵을 순식간에 들이키니 뱃속에서, 얼굴에서, 머리에서 은근히 강한 기별이 온다. 순례길을 포기할 수는 없어서 연거푸 다섯 잔을 마시고 아쉬운 발걸음을 옮겼다. 순례길 2천 리 중에서 제일 좋은 포인트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