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Villamayor de Monjardin)을 떠난 우리는 끝없이 펼쳐져 있는 까미노를 따라 아득한 포도밭 사이로 내려간다. 우르비욜라(Urboola) 마을 옆을 지나 N-111 도로를 따라 검정 버드나무 숲을 왼쪽으로 끼고 걷기를 계속한다. 이 길에는 까미노 싸인이 잘 표시되어 있고, 쭉 뻗은 넓은 농지를 지나기 때문에 로스 아르꼬스까지 약간 지루하고 감흥이 없는 코스이다. 뙤약볕에서 3시간이 넘게 광활한 공간을 침묵과 함께 걷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건가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지난 시간의 어려움과 그간의 추억들도 되새김 한다. 이 길을 가기 전에 물통을 채울 수 있는 기회는 우르비욜라(Urbiola)에서 올레후아(Olejua)로 이어지는 아스팔트 도로와 만나는 교차점에 있는 음수대를 이용하면 된다. 로스 아르꼬스((Los Arcos)에 도착하기 약 2킬로미터 전에 라스 끄루세스(Las Cruces) 언덕에 있는 소나무 숲 이외에는 따가운 스페인의 햇살을 피할 그늘조차도 없으니, 따가운 햇살을 즐기면서 걷는 것이 더 마음에 이롭다. 로스 아르꼬스로 가는 길은 전반적으로 내리막길이다. 몬하르딘 마을이 해발 675m이고 로스 아르코스가 475m이다. 로스 아르코스는 15세기와 16세기를 거치면서 까스띠야 왕국과 나바라 왕국의 경계에 위치한 도시로서 두 왕국 어느 곳에도 세금을 내지 않으며, 두 왕국의 상업적 특성을 잘 이용해 부를 축척했던 마을이다. 발코니가 있는 아름다운 집들 사이의 조그만 골목길을 지나다 보면 길은 어느새 조그만 광장 왼쪽으로 아름다운 산따 마리아 성당을 지나 까스띠야 문을 통과하게 된다.
마을을 지나가는데 길옆의 가축우리에 닭들과 염소들을 사육한다. 집주인이 순례자들에게 위로를 주기 위함인지 빵과 오이 같은 먹이들을 광주리에 담아서 축사 옆에 비치해 놓고 있었다. 지나가다가 지친 몸을 쉴 겸 염소들에게 먹이도 주면서 잠시 한가한 시간을 보내본다. 의외로 염소들도 서양 녀석들이라서 그런지 바게트빵을 잘도 먹는다.
산따 마리아 성당(Iglesia de Santa Maria)은 12세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이 바로크 양식으로 바뀌는 변화가 느껴지면서 조화를 이루는 성당이다. 십자가 평면의 성당은 그리스와 로마식 신랑(神廊)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16세기에 보수되어, 성당의 일부 요소는 로마네스크 양식의 요소를 간직하고 있다. 바로크 시대의 반종교개혁으로 내부의 장식이 변화되었으며, 나바라 왕국이 가지는 바로크 양식의 풍성함과 특별함을 지니고 있단다. 외부에는 거대한 쿠폴라와 16세기 중반에 세워진 아름다운 르네상스 풍의 탑이 있다. 팔각형의 이 탑은 산티아고로 가는 길에 볼 수 있는 가장 높으면서 가장 아름다운 탑 중 하나이다. 성당의 내부를 장식한 벽화들은 부르고스 출신의 끄리스또발 곤살레스의 작품인데, 꼬르도바 가죽가공을 차용하여 나무와 은 위에 벽화를 그렸다. 1561년에 만들어졌다는 바로크 장식이 아름다운 합창대의 각석과 그 아래에 만들어진 고딕양식의 회랑은 이곳을 방문하는 순례자에게 좋은 인상을 준다.
7월 22일 11시 정도쯤 현재의 온도가 21.5도를 표시하니, 한국의 한 여름보다 훨씬 시원하다. 아니 한국의 11월 가을 날씨 정도이다. 왜 스페인 여름이 폭염이라고 산티아고 순례길 출정을 말렸는지 의아하다.
현찰이 바닥나면 이렇게 생긴 ATM기기에서 신용카드 즉 트래블 월랫 카드로 유로화를 꺼내서 이용할 수 있다. 참고로 경험상 해외여행 시에 한국의 일반적인 은행카드나 신용카드는 카드 사용 수수료가 비싸고, 환율에 의한 환차손실의 발생 위험도 매우 높다. 그러나 트래블 월랫 카드는 카드 사용수수료가 없다. 환전이나 현금 인출도 수수료가 없고 기준환율을 사용하기 때문에 환차손실의 발생 위험이 적다. 그리고 수시로 충전하고 수시로 사용하며, 유럽의 비접촉식 카드 단말기에 제일 적응이 잘 된다. 유럽에서 대부분의 가게에서 2유로 이상이면 카드를 다 사용할 수 있다. 그리고 또 편리한 것이 스페인에서는 시내버스 탈 때 이 카드하나로 모든 게 OK이다. 교통카드가 필요 없고 이 카드로 찍고 타면 자동이다. 카드 한 장으로 여러 사람이 탈 수도 있다. 대신 지하철은 불가능하므로 지하철 패스나 티켓을 따로 구매해야 한다. 트래블 월랫 카드 판촉 요원이 아니고 필자가 여러 카드를 사용해 본 후에 느끼는 경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