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 비야마요르 몬하르딘 숙소 운발(7/21)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몬하르딘 성에서 내려다본 마을

by 금삿갓

아스께따(Azqueta) 마을을 지나서 점점 오르막을 올라가는 길이다. 약 2.4km를 걸어서 오늘의 최종 목적지인 비야마요르 데 몬하르딘(Villamayor de Monjardin) 마을에 당도하게 된다. 이 마을은 해발 675m 높이에 있다. 이라체수도원(Monasterio de Irache) 옆의 와인 옹달샘에서 많이 마신 와인의 술기운 덕인지 알딸딸한 기분으로 걸으니 별로 힘든 줄도 모르겠다.

끝없이 이어지는 포도밭 옆으로 난 까미노를 따라 하염없이 걷는다. 걷다 보니 두 개의 아치를 가지고 있는 이상한 건물 같은 것을 만나게 된다. 이것이 바로 무어인의 샘이라는 것이다. 이 샘이 중세에 만들어진 것이란다. 샘이라면 물이 있어야 하고, 와인 옹달샘처럼 길손의 목을 축일 수 있어야 제격인데, 지금은 전혀 샘으로서의 기능은 없어 보인다.

멀리 산 위에 허물어져가는 성이 보이기 시작한다. 이것이 9세기에 지어진 몬하르딘 성이란다. 지금은 많이 폐허가 되었지만 10세기엔 데이오 빰쁠로나 왕조의 요새였다. 10세기에 산초 가르세스가 이슬람교도를 물리친 요새이다. 산 에스떼반 데 데이오 성(Castillo San Esteban de Deyo)으로도 부르는 이 성은 14세기에 보수되었으며, 현재도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인데 아주 느리다.

산 안드레스 사도 성당 (Iglesia de San Andres Apostol)이다. 산 안드레스 사도 성당은 후기 로마네스크 양식의 건물이다. 신랑(身廊)은 두 구역으로 나뉘어 있고, 반원형의 후진이 있다. 신랑의 천정은 궁륭으로 덮여 있고, 반원주(半圓柱)의 주두 장식은 양식화된 식물무늬가 새겨져 있다. 또한 로마네스크 양식의 현관과 아치, 키로, 아름다운 주두 장식과 더불어 성모자상, 기사들의 싸움을 표현한 작품들이 있다. 거대한 탑은 18세기의 바로크 양식이다. 성당 안에는 12세기의 로마네스크 양식으로 만들어진 행진용 대형 십자가가 은으로 싸인 상자 안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이 십자가는 나바라의 로마네스크 양식의 금은 세공 작품 중 가장 가치 있는 작품이란다.

이 성당에 관련한 전설이 사람들의 입과 입을 통해 전해 내려온다. 산 에스떼반 성에서 이슬람인들을 정복했던 전투가 일어났던 날 새벽이었다. 나바라의 왕 산초 가르세스 1세가 아름다운 십자가를 얻었다고 한다. 왕은 이슬람과의 전투가 어떻게 될지 확신이 없었다. 혹시 패배하면 이슬람교도들이 십자가를 빼앗을까 봐 십자가를 어딘가 숨겨놓았다. 전투가 승리로 끝난 후 왕은 십자가를 다시 찾지 못했다. 그 후 세월이 흘러 한 목동이 염소가 가시나무 숲 앞에서 멈춰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목동은 해로운 짐승이 가시 숲에 숨어 있는 줄 알고 가시나무를 향해 있는 힘껏 돌을 던졌다 그런금속성이 나서 살펴보니 자기가 던진 돌에 아름다운 십자가의 한쪽 부분이 깨진 것을 알게 되었다고 한다. 목동이 절규하며 “하느님 십자가에 돌을 던지기 전에 제 팔을 들러붙게 해 주시지 그러셨습니까!”라고 하자, 목동의 팔이 정말 들러붙어버렸다고 한다. 그 후 사람들이 후 십자가를 다른 장소로 옮겼으나 십자가는 계속해서 처음의 가시나무 숲으로 돌아갔다. 그래서 이 자리에 성 안드레아 성당으로 불리는 비야마요르 성당을 짓게 되었다. 그러자 신앙심 돈독한 목동의 팔은 정상으로 회복되었다고 한다.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오늘 숙소의 운발이 좋았다. 조선 과객 금삿갓이 찾아든 알베르게는 주요 도로에서 약간 벗어난 한적한 골목에 위치해 있었다. 조그마한 개울을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 찾은 숙소에는 호스트가 부재중이었다. 데스크에 전화번호가 적혀있어서 전화를 했더니 곧바로 돌아와서 반가이 맞아 주었다. 다인실이 아닌 2인실 독방을 내주었다. 매일 혼숙을 하다가 갑자기 독방을 쓰려니까 도리어 어색할 정도다. 이층 침대로 기어 올라가려고 용을 쓰지 않아도 좋고, 밤에 소변보러 다니기도 편했다. 오늘은 공짜 와인에 숙소 운발까지 좋아서 하느님께 감사의 기도라도 드려야 할까?

이 마을엔 또 다른 전설이 있다. 프랑크왕국의 샤를 마뉴가 피레네를 넘어 스페인을 침공했을 때의 이야기다. 나바로의 명장군 푸레가 자신을 공격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게 된 샤를마뉴는 하느님께 부하 중 누가 죽게 될 것인가를 알려달라고 기도했단다. 그의 기도를 들은 하느님이 샤를마뉴의 기사 150명의 갑옷에 빨간 십자가를 표시해주었다고 한다. 그래서 샤를마뉴는 이 기사들을 전쟁에 나가지 않고 쉬게 하고, 다른 기사들을 출병시켜 푸레를 물리치고 돌아왔다. 그러나 이미 그 150명의 기사들은 죽어 있는 것을 발견했다고 한다. 황당한 전설이지만 전설이니까.

몬하르딘 성으로 올라가는 길은 굽이굽이 돌아서 마을 뒤편 산으로 올라가게 된다. 오늘 26km를 걸었지만 술기운 탓인지 아직 지치지 않아서 뒷산으로 성에 올라갔다. 복원작업 중인데 여기저기 가림막을 둘러놓았다. 성벽에서 내려다본 마을은 아주 조용했다.

저녁에는 알베르게 주인장이 준비한 만찬을 소박하게 들면서 와인잔을 기울인다. 모두들 기분이 좋다. 한국에서 온 여성 3분을 포함하여 한국인이 5명이고, 영국, 캐나다, 이태리, 아일랜드 등에서 온 순례객들이다. 주인은 독일계 스페인인이었다. 와인 한두 잔에 금세 친숙해져서 서로 의기가 투합된다. 발 고생 얘기도 하고, 자기 동네 자랑도 한다. 한국의 순례객이 많은 이유에 대하여 계속해서 질문을 받았다. 만나는 외국인들 대부분이 한국 순례객이 정말 많다고 이유를 묻는다. 나름대로 순례길을 걷는 이유가 있겠지만, 한국에는 산티아고 순례길 걷는 것이 하나의 여행 붐을 형성한다고 대충 얼버무렸다. 한국 순례객들에게 개별적으로 설문 조사를 한 것도 없어서 말이다. 하지만 여행사를 통한 단체 순례객들이 많은 것이 외국인들의 눈에 약간 이상하거나 빈축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여행사기 순례객을 대신하여 알베르게를 싹쓸이 예약하는 경향이 있어서 보기에 좋지 않은 건 사실이다.

마을의 아담한 성당에 들려서 소액의 기부도 하고 방명록에 서명을 해본다. 비치된 세요 스탬프를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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