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종착지 비아나(Viana)를 가리키는 교통표지판이 정말 반갑다. 교통표지판이 조선 과객을 반갑게 맞아주는 것이 아니라, 과객의 눈에 표지판이 반가운 것이다. 오늘의 여정이 총 31km로 짧지 않은 거리였고, 중간에 오르막과 내리막을 반복해서 걷는 구간이 있어서 더 지쳤다. 표지판 뒤쪽으로 마을의 입구가 보이자 걸음이 더 더디어지고 맥이 더 빠지는 것 같다.
늘 숙소를 예약하지 않는 조선 과객 입장에서 어떤 알베르게를 들어갈지가 관건이다. 마을 초입에 있는 숙소로 정할 것인가 아니면 더 들어가서 마을 중간에 있는 것으로 정할 것인가 종잡을 수가 없다. 그 마을에 총 몇 개의 숙소가 있는지도 모르는 마당에 무턱대고 숙소를 패스하고 다른 곳으로 갈 수도 없고. 자료를 뒤져서 사전에 파악을 해서 예약을 하고 여행을 하는 것이 마땅하나, 조선 과객 금삿갓은 닥치는 대로 떠나는 귀차니즘의 전형이라서 예약이란 있을 수 없다. 없으면 노숙이라도 감수해야 한다. 그래도 아직 까지는 숙소에 문제가 생겨서 노숙을 한 적은 없다. 마을 중간에 있는 이사르(Izar) 알베르게를 잡았다. 숙박에 저녁 식사까지 포함하여 1인당 26유로였다. 빨래는 3유로를 받았다. 저렴한 편이다. 이곳에 도착한 시간이 오후 3시 경이어서 한창 뜨거울 때였다. 거리의 약국 간판에 달려 있는 온도계가 36도를 가리킨다. 그러나 그늘에서는 전혀 더운 줄을 모르겠다.
알베르게의 현관 대문을 밤 10시에 닫고, 아침에는 8시에 체크아웃하라는 표시다. 마을에 놀러 나갔다가 문이 닫혀 못 들어오면 노숙이나 하라는 것인가? 다른 알베르게에서는 현관문의 비밀번호를 알려주기도 하는데, 여기는 번호키가 아니라 옛날식 대문 빗장으로 잠구는 방식이란다.
시청 앞 광장은 축제 준비로 떠들썩하다. 투우장은 투우준비를 하고, 계단식 관람대도 설치해 놓았다. 골목길 소몰이 행사인 엔시에로(Encierro) 준비도 한창이다. 알베르게 출입에 통행금지 시간이 22:00이니까 그때까지는 이 축제를 관람하며 같이 즐길 수 있으리라. 팜플로나에서 열리는 산 페르민 축제를 참가하지 못해서 영 아쉬웠는데, 다행히 나바라 주의 다른 도시들에서 산 페르민 축제를 1주일 단위로 계속 열어주니까. 이곳에서 축제를 만난 것이 정말 행운이다. 이 동네 사람들과 관광객 등 활기찬 기운을 느껴보자. 알베르게서 저녁 식사 겸 와인을 주량껏 마시고 난 뒤에 이곳 축제장으로 다시 와서 즐겨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