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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09. 2023

60) 靜夜思(정야사) / 고요한 밤의 사색

漢詩習作 (220715)

靜夜思(정야사) / 고요한 밤의 사색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失眠靜夜枕肱思

실면정야침굉사

●○●●●○◎

잠을 잃은 고요한 밤, 팔베개하고 생각하니


明月娟娟指曉時

명월연연지효시

●●○○●●◎

밝은 달이 아름답게 새벽을 가리키네.


多數春秋都越歷

다수춘추도월력

○●○○○●●

수많은 세월이 지나가도


于今未覺意生涯

우금미각의생애

○○●●●○◎

아직도 인생의 뜻을 깨닫지 못했네.

이 시는 정야사(靜夜思) 즉 조용한 밤의 사색이다. 사람들은 예로부터 이 시처럼 조용한 밤에 이런저런 생각을 많이 하게 되나 보다. 정야사란 제목의 시로는 이태백(李太白)의 시가 제일 유명하다.


상전간월광(牀前看月光) / 침상 앞 달빛을 바라보자니,

의시지상상(疑是地上霜) 땅 위에 서리 내린 듯하고.

거두망산월(擧頭望山月) / 머리 들어 산 위 달을 바라보고,

저두사고향(低頭思故鄕) / 고개 숙여 고향을 생각하네.


라는 절창(絶唱)이다. 마지막 두 구절의 대구(對句)가 아주 절묘한 표현이다. 이 시 이후에 많은 인사들이 정야사를 주제 또는 시제로 수많은 시를 썼다. 그러다 보니  이 정야사는 하나의 악부(樂府)의 형태로 인식되기도 했다. 우리의 시로는 오산(五山) 차천로(車天輅, 1556 ~ 1615)의 칠언절구가 절묘하다.


상사무로막상사(相思無路莫相思) / 그립지만 못 보는 건 그리움이 아니다.

모우조운지잠시(暮雨朝雲只暫時) /  저녁비 아침 구름도 잠시일 뿐.

고몽부지관새원(孤夢不知關塞遠) / 외로운 꿈에 변방이 먼지 몰라,

야수명월도천애(夜隨明月到天涯) / 밤엔 밝은 달을 따라 하늘 끝에 이르네.

이룰 수 없는 사랑은 짝사랑인데, 그는 아예 생각도 말라고 일침(一針)을 놓는다.

 

필자도 밤잠을 설친 어느 깊은 밤에 조용히 정야사를 한 수 긁적여 보았다. 잠이 막 들다가 무슨 연유인지 깨고 나면 새벽까지 그야말로 전전반측(輾轉反側)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 면(眠)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사(思), 시(時), 애(涯)로 지운목(脂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은 충족하고, 기구(起句)의 1번 자 실(失)과 전구(轉句)의 1번 자 다(多) 자를 평측(平仄) 변화시켰다. 시어(詩語) 중에서 침굉(枕肱)은 팔베개 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연연(娟娟)은 예쁜 것을 말한다. 우금(于今)은 지금까지를 말한다. 인생 70을 바라보는 시점에, 고요한 밤 지나온 시간들을 회고하니 이룬 것은 없고 덧없이 흘러온 것 같은 공허함이다. 논어에 "자왈 : 반소사음수, 곡굉이침지, 락역재기중의. 불의이부차귀, 어아여부운(子曰 : 飯疏食飮水, 曲肱而枕之, 樂亦在其中矣. 不義而富且貴, 於我如浮雲."이라는 글이 있다. 공자는 "거친 밥을 먹고 물을 마신 뒤에 팔을 베고 누웠으니 그 가운데도 즐거움이 있도다. 의롭지 않은 방법으로 부귀하게 되는 것은 나에게는 뜬구름과 같다."라고 했다. 인생의 낙을 찾는다는 것이 무척 어려운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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