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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10. 2023

61) 吟夏期休假(음하기휴가) / 여름휴가를 읊다

漢詩習作  (220725)

夏期休暇(하기휴가) / 여름 휴가를 읊다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先人川獵樂逍風

선인천렵낙소풍

○○●●●○◎

선인들은 물고기 잡으며 소풍을 즐겼는데


此夏探眞我出功

차하탐진아출공

●●○○●●◎

이번 여름은 진정한 나를 찾아 공부 길을 나섰네.

道是越言行爲己

도시월언행위기

●●●○○●●

도란 말을 넘어 자기를 위한 행실이니


多聞熟考意相通

다문숙고의상통

○○●●●○◎

많이 듣고 곰곰이 생각하여 그 뜻을 통하세.

이 시를 쓴 시기가 7월 말 경이라서 여름휴가가 한창인 시기이다. 시를 쓰고 게시를 여름이 지나가는 9월에 올렸을 뿐이다. 우리나라는 휴가가 유독 여름 시즌에 몰려 사용하고, 그것도 7~8월에 집중해서 사용하기 때문에 휴가철이면 서울 시내의 교통량이 확 줄어든 것을 느낄 수 있다. 각급 학교의 여름방학과 회사의 휴가 사용 시간이 그 시기로 몰리기 때문일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 인(人)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풍(風), 공(功), 통(通)으로 동운목(東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은 충족하고, 전구(轉句)의 3번 자 월(越) 자를 평측(平仄) 변화시켰다. 시어(詩語) 중에서 어려운 낱말은 별로 없다. 천렵(川獵)은 물고기를 잡는 것이고, 탐진아(探眞我)는 진정한 자아를 찾는다는 뜻이다.

필자는 지금 은퇴를 하고 특별히 Nine to Six(매일 출근) 하는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휴가기간이라는 것이 없다. 그냥 일 년 365일이 휴가기간이다. 그런데도 다른 사람들의 휴가 기간이 돌아오니 만나는 사람마다 인사가 휴가 다녀왔느냐가 된다. 휴가란 여름휴가로 등식화 된 것이 우리네 생활상이다 보니 여름휴가를 주제도 시를 지었다. 그동안 버킷 리스트로 가슴에 품고 있던 산티아고 순례길 800Km를 이번에 걷기로 했다. 한 달간은 순례길을 걷고, 한 달은 스페인과 남프랑스 지방을 여행하는 것으로 장기간 외유를 하기로 한 것이다. 비용과 시간이 많이 소요되어 주저하던 것인데, 항공사 마일리지와 남아도는 시간을 잘 활용하여 아주 값싸고 몸으로 부딪히는 고행의 여정을 하기로 한 것이다. 맛있는 거 사 먹고, 편안하게 다니는 여행이 아니라, 가장 싼 현지 음식과 합숙소 같은 가장 싼 숙소를 전전하면서 모든 물품은 최소한으로 줄여 배낭을 메고 오로지 두 발로 걸으면서 여행을 하기로 한 것이다. 그래서 스스로에 대한 인내와 자아에 조금이라도 더 다가가 보고자 했다. 그래서 탐진아란 용어를 쓰고, 도(道)란 용어를 쓴 것이다. 도(道)란 원래 말이나 글로만 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 스스로 행동으로 체화될 때 완성되어지는 것이다. 뜨거운 여름의 열기를 온몸으로 받으며 도를 실천해 보고자 했다.

바야흐로 7월 말 경을 맞아 본격적인 여름휴가철에 접어들었다. 필자는 올해 여름 시즌에 스페인의 산티아고 순례길을 걸으려고 7월 중순에 서울을 탈출했다. 지금 이 시를 쓰는 이 시간 발에 물집이 잡혀 고생하면서 열심히 순례길을 걷고 있는 중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 인(人)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풍(風), 공(功), 통(通)으로 동운목(東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은 충족하고, 전구(轉句)의 3번 자 월(越) 자를 평측(平仄) 변화시켰다. 시어(詩語) 중에서 특별히 어려운 한자어는 없다. 천렵(川獵)은 물고기 잡기이고, 탐진아(探眞我)는 참된 자아를 찾는 것이다.


도란 본래 말로 이루는 것이 아니라 행동과 생각으로 이루는 것으로, 올여름에는 뜨거운 태양아래서 발이 부르트고 입에서 단내가 나는 고행길을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필자는 기독교나 천주교 신자는 아니지만 순례길을 걸으면서 수백 년 전 옛사람들이 지금 보다는 무척 열악한 장비나 용품을 사용하면서 그 먼 길을 순례했다는 것이 경이로웠다. 또 순례길이 닿는 마을 마을마다 그 마을의 격에 맞는 성당이 아직도 고스란히 잘 보존된 것을 보고 정말 감동을 받았다. 길을 걸으면서 전 세계에서 몰려온 순례객들과 우정을 나누고 같이 길을 걸으면서, 같이 먹고 자면서 남녀노소 가리지 낳고 격의 없이 지내는 것이 새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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