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는 초복을 앞두고 감회를 읊은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기구(起句)의 2번자 경(庚)이 평성(平聲)이므로 평기식(平起式)이고 압운(押韻)은 ◎표시된 제(齊), 회(懷), 와(蛙)로 제운목(齊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은 충족하고 결구(結句)의 1번자만 평측(平仄)을 변화시켰다. 어려운 시어는 별로 없다. 초경(初庚)은 초복(初伏)의 다른 표현이다. 고회(苦懷)는 괴로운 심정을 말한다. 도산(陶山)은 도산서원이 소재하는 지명으로 퇴계(退溪) 이황(李滉) 선생을 지향하는 마음의 표현이다. 초복은 여름에 더위가 최고조에 달하는 시기인 삼복(三伏)에 들어서는 첫 복일이다. 초복(初伏)은 하지를 기준으로 세 번째 경일(庚日)에 든다. 24 절기 상으로 초복은 소서(小暑)와 대서(大暑) 사이에 드는데, 초복부터 중복이 들기 전이 가장 무더위가 심한 기간이라 할 수 있다. 복일에는 무더위를 이겨내기 위해 보양식(補陽食)을 먹는 것이 관례였다. 왕은 더위가 시작되는 초복부터 말복이 끝난 이후인 처서(處暑)까지 정사(政事)를 중단하는 것이 관례였다.
이러한 더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옛 선비들은 의관을 정제(整齊)하고, 정자나 사랑채에서 글 읽기와 수신을 게을리하지 않았다. 덥다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버리는 세태가 아닌 것이다. 말하자면 끝없는 자기 수양이다. 초복 더위에 갓을 바로 하고 극기와 수신을 하자니 괴롭지 않을 리 있겠는가? 마음으로는 퇴계선생의 훌륭한 이상을 흠모(欽慕)하고 따르고자 하나, 그 물리적인 갈 길도 멀고, 관념적인 성장의 단계도 멀고 길다. 더구나 이제 나이도 많이 먹어 저물어가는 인생이다. 생각은 미치나 스스로를 돌아보면 도량이나 이제까지 쌓은 견문은 아직 우물 안의 개구리 처지인 것이다. 하지(夏至)를 지나 여름의 최고 전성기를 맞는 시기에 감회를 옛 선현들의 모습에 투영하여 읊어 본 졸구(拙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