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의 종착지인 산티아고 데 꼼뽀스뗄라(Santiago de Compostela)의 순례증명서를 발급해 주는 기준이 이동 수단에 따라 각각 다르다. 순수하게 도보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최종 종착지에서 최소한 100Km 이상 떨어진 지점에서 순수하게 자기의 도보로 이동해 온 경우에만 인정을 받을 수 있다. 자전거를 타고 이동하는 경우는 200Km 이상이고, 말을 타고 이동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현대의 자전거와 말을 같은 교통수단으로 보는 모양이다. 이번에 순례길을 걸으면서 말을 타고 순례하는 스페인 친구들과 같이 걷거나 헤어졌다 만나기를 몇 번 계속했다. 이들은 세비야 근처의 농촌에서 농업을 하는 친구들인데, 조선과객 금삿갓이 순례길을 시작한 지 1주일쯤 되었을 때인 7월 21일에 처음 만났다. 이들을 만난 곳은 아예기(Ayegui) 마을과 아스께따(Azqueta) 마을 사이에 있는 이라체(Irache) 수도원 건물 주변에 있는 <와인옹달샘>이다. 여기서 공짜 와인에 흠뻑 취하고 있는데 이들이 건장한 말을 타고 등장한 것이다. 그래서 거기서 같이 와인을 마시고 이런저런 이야기도 하면서 그들의 말을 타고 사진도 찍고 했다. 말을 타고 순례길을 가니까 편하고 호사스러워 보인다고 했더니 꼭 그런 것이 아니란다. 옛날에는 말을 타고 다니던 게 어느 정도 통용이 되었으니 편리한 것이 많았지만 지금은 말을 타고 다니는 게 도리어 더 고행(苦行)에 가깝다고 했다.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무슨 이유로 더 고행이냐고 물어보았다. 말은 타고 가면 물론 걸어가는 것보다는 다리도 발도 덜 아프고 힘도 덜 들지만 다른 모든 것이 더 불편하다고 했다. 첫째로 음식 문제와 숙소 문제가 제일 불편하단다. 도보 순례객은 자기가 먹고 마실 음식과 물을 준비해 걷거나, 그렇지 않으면 길 가다가 길옆의 음식점에서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지만, 승마 순례자는 그것이 아니란다. 본인 음식과 물뿐만 말의 먹이와 물을 따로 준비해야 한단다. 다행히 길옆에 말에게 먹일 풀들이 있으면 공짜로 말의 먹이를 먹일 수 있지만 대부분 농장이고, 아니면 황야라서 말의 먹이가 그리 흔하지 않다. 물 또한 먹일 장소가 제한되어 있단다. 그리고 쉼터도 말의 배설물 등의 폐해로 도보 순례객과 같이 쉬지 못하고 따로 저 멀리 격리해서 쉰단다. 어떨 때는 순례자 본인들의 음식을 배달의 민족 같은 배달업체에게 배달을 시켜서 해결해야 하는 불편함도 있단다. 더구나 숙소는 대부분 마을의 중심부에 있어서 말을 매어 놓을 장소가 없어서 외곽지역에 말을 유숙시키고 먹이를 충분히 사서 먹이고 본인들은 걸어서 숙소를 찾아다녀야 한단다. 그들과 몇 차례 만났다 헤어지길를 반복했지만 도보로 걷는 금삿갓 보다 빠를 때가 별로 없었다. 늘 우리가 쉬고 있을 때 뒤쪽에서 따라온 것이다. 아마 마을 중심부로 통과하지 못하고 멀리 외곽 우회로를 이용해서 그런가 보다. 그들 외에 승합차를 운전해서 그들에게 필요한 물건을 배달해 주고, 말의 먹이나 물도 제공해 주는 지원팀도 같이 움직이면서 800Km 전구간을 이동하고 있었다. 승마 순례객 두 사람이 한 사람의 자동차 지원을 받아 가면서 순례하는 모습이 좀 특이했다. 음주 승마는 허용되는지 몰라도, <와인옹달샘>에서도 같이 많이 마셨고, 중간에 세 번째 만났을 때도 자동차 운전 지원군을 시켜서 생맥주를 많이 배달시켜서 같이 마시기도 했다. 목축업이 주된 지역이 아닌 곳도 길을 걷다보면 이런 말들이 순례길에 커다란 배설물을 남겨 놓은 것이 가끔있는데, 한 눈 팔고 가다보면 금방 실례한 것을 밟아 미끌어져 낭패를 당할 수도 있으니 조심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