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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25. 2023

64) 百穀漸熟(백곡점숙) / 곡식이 점차 익어가고

漢詩習作 (230903)

百穀漸熟(백곡점숙) / 곡식이 점차 익어가고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農夫熱汗熟平原

농부열한숙평원

○○●●●○◎

농부의 뜨거운 땀이 들판에 익어가고


獨傀張肱笑守村

독괴장굉소수촌

●●○○●●◎

허수아비 홀로 팔 벌리고 웃으며 마을을 지키네.


沓陌肥蝗紛亂躍

답맥비황분란약

●●○○○●●

논두렁에는 살찐 메뚜기 어지러이 뛰놀고


田翁槐下睡忘煩

전옹괴하수망번

○○●●●○◎

시골 늙은이 느티나무 아래 졸면서 번잡함을 잊네.

이 시는 9월을 맞아 들녘은 점차 오곡들이 익어가는 모양을 보고 감흥을 적은 것이다. 지난여름의 뜨거운 태양과 바람과 비를 맞으며 건실하게 자란 온갖 곡식들이 고개를 숙이며 익어간다. 익어가는 곡식들은 날짐승들의 좋은 먹잇감이다. 농부들은 마지막까지 땀 흘린 노력의 산물이 헛되지 않도록 대비하는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부(夫)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원(原), 촌(村), 번(煩)으로 원운목(元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은 충족하고, 모든 구(句)에서 평측의 변화를 주지 않고 칠언절구 평기식의 평측 전범 그대로 작시를 하였다. 시어(詩語) 중에서 어려운 낱말은 다음과 같다. 괴(傀)는 꼭두각시나 허수아비를 의미한다. 답맥(沓陌)은 논두렁을 말한다. 황(蝗)은 메뚜기이다. 괴(槐)는 홰나무나 느티나무를 말한다.

농부들은 애써 기른 농작물이 다른 동물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잘 단속하는 게 관건이다. 산기슭 가까이 있는 농작물은 산돼지나 산짐승의 먹잇감이 되고, 들녘에 있는 곡식들은 새들의 먹잇감이 된다. 그래서 산기슭 밭에는 철망을 치고, 들녘에는 허수아비를 세운다. 요즘 새들이 영악해서 진짜 사람과 허수아비를 잘 구별하기 때문에 허수아비 대신에 독수리나 맹금류 모형을 설치하거나 주기적으로 총소리 녹음을 틀어서 새들을 쫓기도 한다. 가을 녘이 되면 또 메뚜기들이 극성을 부린다. 중국이나 다른 나라의 메뚜기들은 정말 농토를 초토화시킨다는데 우리나라는 그 정도는 아니지만 이들의 폐해도 있다. 어릴 때 메뚜기들이 짝짓기를 해서 알을 밸 시기인 지금쯤 논두렁에 나가서 맥주병이나 사이다병에 메뚜기를 잡아 모아서 집에 가져와 프라이팬에 볶아서 먹기도 했다. 알을 밴 메뚜기나 방아깨비는 아주 고소한 단백질 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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