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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Sep 26. 2023

66) 伐草吟(벌초음) / 벌초를 읊다

漢詩習作 (230914)

伐草吟(벌초음) / 벌초를 읊다

 - 금삿갓 芸史(운사) 琴東秀(금동수) 拙句(졸구)


封墳淨潔解消愁

봉분정결해소수

○○●●●○◎

봉분을 깨끗이 하니 근심 해소되나


父母恩情久遠流

부모은정구원류

●●○○●●◎

부모님의 은정은 멀리 흘러가네.


夢裏姿顔望一遇

몽리자안망일우

●●○○○●●

에서 얼굴 모습 한번 길 바라지만


西山半月照孤樓

서산반월조고루

○○●●●○◎

서산의 반달만이 외로운 누각을 비추네.

이 시는 8월 추석을 앞두고 조상들의 묘소에 풀을 베고, 묘역을 정돈하는 행사를 생각하며 쓴 것이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분(墳)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수(愁), 류(流), 루(樓)로 우운목(尤韻目)이다.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은 충족하고, 모든 구(句)에서 평측의 변화를 주지 않고 칠언절구 평기식의 평측 전범(典範) 그대로 작시(作詩)를 하였다. 시어(詩語) 중에서 어려운 낱말은 별로 없다.

모든 잡초들은 여름과 장마철을 지나오면서 무성하게 자란다. 잡초나 풀들을 제거한다고 해도, 금세 또 나고 자라기 때문에 제초제(除草劑) 뿌려도 완전 박멸이 어렵다. 그런데 처서(處暑)가 지나면 상황이 달라진단다. 우리 조상들이 지혜가 있어서 그런 상황을 잘 파악해 놓았다. 처서가 지나면 모기 입이 삐뚤어지고, 풀도 울며 돌아간다는 속단이 있는 것이다. 그래서 조상의 산소 풀을 베는 벌초(伐草)는 일단 처서가 지나고 8월 보름 전에 하는 것이다. 도시의 아파트 정원이나 도로변의 잡초 제거도 한 여름에는 하지 않고 두었다가 처서가 지나면 용역업체들이 일제히 제거 작업을 하는 것이다. 조상 묘소에 벌초를 하고 묘역을 보살피는 게 자식의 도리이지만 이런 작업도 우리 세대가 끝나면 자식들 세대에서는 계속될 것 같지 않다. 세태가 바뀌고 핵가족화하니까 조상 묘역을 돌보는 문제가 앞으로 난관이 될 것이다. 지금도 조상묘역의 벌초를 스스로 못하니까 벌초 대행 업체에 맡기는 판국이니 앞으로는 문화와 예법이 변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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