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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Oct 18. 2023

67) 全邦登豊(전방등풍) / 온 나라에 풍년

漢詩習作 (231010)

全邦登豊(전방등풍) / 온 나라에 풍년

- 금삿갓 芸史 琴東秀 拙句(운사 금동수 졸구)


登豊萬頃萬民歡

등풍만경만민환

○○●●●○◎

온 들에 풍년이 드니 만백성이 기쁘고


滿廩知謙皆裕寬

만름지겸개유관

●●○○●●◎

곳간이 차고 겸손함을 아니 모두다 넉넉해지네.


野菊芳香村老醉

야국방향촌로취

●●○○○●●

들국화 향기에 취한 촌로는


春陽夏雨德回看

춘양하우덕회간

○○●●●○◎

봄볕과 여름비의 큰 덕을 돌이켜 본다.

이 시는 가을이 되어 온 나라에 풍년이 들기를 기원하는 마음에서 제목이 온 나라를 뜻하는 전방(全邦)과 풍년이 든다는 뜻의 등풍(登豊)으로 잡았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풍(豊)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환(歡), 관(寬), 간(看)으로 한운목(寒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은 충족하고, 승구(承句)의 3번 자 감(感) 자와 5번 자 개(皆) 자 만 평측(平仄)을 변화시켜서 작성하였다.

시어의 뜻을 살펴보자. 전방(全邦)은 온 나라를 말한다. 등풍(登豊)은 풍년이 드는 것이다. 만경(萬頃)은 넓은 들판이나 바다를 말한다. 경(頃)은 밭이나 논의 이랑을 뜻하는데. 원래 백 이랑을 일경으로 친다. 만경이면 100만 이랑을 말하므로 굉장히 넓은 평야나 바다를 칭한다. 름(廩)은 원래 쌀이나 곡식을 저장하는 창고이다. 곡식이 아닌 무기나 전차 등 물건을 저장하는 곳을 고(庫)라고 했다. 후대로 오면서 그런 구분이 없이 사용되고 있다. 지겸(知謙)은 겸손함을 아는 것이다. 인간의 사단(四端)인 인의예지(仁義禮智) 중 예(禮)는 사양지심(辭讓之心)에서 나오고, 겸손함에서 출발한다. 따라서 부자이면서 겸손하면 마음이 넉넉해지고 예절을 차릴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사마천(司馬遷)의 <사기(史記)>와 관중(管仲)의 <관자(管子)>에 “창름실즉지예절(倉廩實則知禮節 : 창고가 가득 차면 예절을 알고) 의식족즉지영욕(衣食足則知榮辱) : 옷과 양식이 풍족하면 영욕을 안다)”고 했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라서 배고프면 무슨 짓이든 하게 되는 것이다. 가을에 곡식이 알차게 여물어 풍년이 들 수 있도록 봄부터 여름까지 농부의 일손이 제일 수고를 많이 하겠지만, 자연의 힘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다. 봄날의 따뜻한 태양과 여름날의 비와 바람, 햇빛 등 모든 자연의 도움이 결실로 맺어서 풍년이 되는 것이다. 이들의 도움에 감사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그래서 동양에서는 중추절 즉 추석에 조상과 산신에게 감사의 제(祭)를 올리고, 서양은 추수감사절을 성대하게 보내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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