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길을 걷다가 정말 간 떨어지게 놀란 경우가 세 번 있었는데, 모두가 이놈들 때문이다. 다름 아닌 야생 들개들의 공격이다. 어떤 순례객은 종아리를 물린 경우도 있다고 했다. 다행히 조선 과객 금삿갓은 식겁(食怯) 한 경우는 있어도 물리지는 않았다. 밝은 대낮에는 그래도 사주 경계를 하면서 걷기 때문에 들개를 먼저 발견해서 대비를 하는데, 새벽 일찍 어스름한 가운데 걸을 때가 제일 놀란다. 조선 과객 금삿갓은 원래 등산용 스틱을 사용하지 않기 때문에 호신용 무기가 될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낮에 햇볕을 가리기 위해 우산을 가지고 다녔는데 가끔 들개들의 공격에 아주 유용한 도구가 되었다. 이놈들이 굶주려서 그런지 위협을 해도 잘 도망가지 않고 도리어 노려보면서 공격할 기회를 노린다. 한 녀석은 마치 황소가 화가 났을 때처럼 뒷발로 땅을 긁어서 뒤쪽으로 흙이나 모래를 뿌리면서 노려보곤 했다. 아래 사진의 녀석은 누가 키우던 개인 모양인데 쇠사슬로 된 목줄까지 있었는데 어찌나 사나운지 쫓아 보내는데 한참이나 씨름을 했더. 이 녀석이 나무 울타리 뒤쪽에 숨어 있다가 갑자기 나타나서 맹렬히 짖으면서 덤벼 들어서 정말 간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은근히 물리지 않을까 겁도 많이 들었다. 마치 늑대랑 싸우는 것 같았다.
새벽녘에 만난 들개들은 너무 놀란 나머지 사진도 못 찍었다. 저 멀리 쫓았다고 생각해도 걸어갈 때 뒤쪽에서 날쌔게 달려들까 걱정이 되어서 손전등을 연신 비춰가며 돌멩이를 마구 날려서 도망치도록 했다. 이럴 때 등산용 스틱이 정말 긴요하다고 생각되었다. 이곳에는 웬 들개들이 이렇게 많은지 이상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