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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9. 또산또스 마을을 지나고(7/26)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이제 550Km 남은 여정

by 금삿갓

아름다운 마을 벨로라도(Belorado)에서 06:30분에 출발했다. 오늘의 여정은 지도를 보니 대체로 오르막 길이 많다. 중간에 해발 1,162m인 발부에나 언덕(Alto de Valbuena)을 넘어야 한다. 아침부터 서둘러 나오다가 벨로라도 마을 어귀에서 들개들의 공격을 당하고 나니까 다리에 힘이 쭉 빠지는 것 같다. 그래도 걸어야 한다. 마을을 빠져나와 다리를 건너서 걷다 보니 반가운 안내 표지석이 있다. 산티아고 까지 남은 거리가 554Km로 표시되어 있다. 800Km 중에서 지금까지 250Km 정도를 걸은 것이다. 이 표지판을 보고 다시 힘을 내어 완만하게 오르막 길을 걷다 보니 첫 번째 마을인 또산또스(Tosantos)에 도착했다. 4.8km를 이동한 것이다.

저 멀리 산등성이 위로 아침해가 떠오르고 있었다. 떠 오르는 태양을 등지고 걷는 순례객들의 모습이 군데군데 있다. 순례길을 걸으면서 이렇게 일출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피레네 산을 넘어 이곳 스페인에 온 후로 비가 온 날은 하루도 없었다. 그러니 모든 날의 일출이 보였다. 물론 때로는 구름에 가리어 살짝 못 볼 경우도 있었지만 거의 대부분 본 것이다. 가파르게 높은 산이 없어서 그런지 이곳의 일출과 일몰은 우리나라의 그것과 사뭇 다르다. 일출과 일몰 시간은 넓은 대지를 불그스름하게 수놓기 때문이다. 그리고 길게 그림자를 만들어 준다. 길옆의 해바라기들이 방글거리면서 해를 향해 미소를 날리는 것 같다.

또산또스는 무성한 풀로 덮인 언덕이 있는 오까 산의 굽이치는 풍경 안에 자리 잡은 조그만 마을이다. 마을에는 거대한 바위를 파내어 만든 신비롭고 아름다운 성당인 라 뻬냐 성모의 성당(Ermita de Nuestra Senora de la Pena)이 잘 보존되어 있다. 매년 9월 8일에 또산또스에서는 라 뻬냐 성모를 기리는 축제가 열린다. 그 옛날 아랍인들로부터 성모상을 지키기 위해 동굴 안의 종 밑에 숨겨놓았다는 전설이 있는데, 오랫동안 그 흔적을 찾지 못하였다가 동굴이 성소가 되면서 발견되었단다. 저 산의 동굴 성당에 가서 보고 싶었지만 오늘의 일정상 옆길로 새는 것이 무리일 것 같아서 멀리서 바라보고 사진만 찍었다. 벨로라도에도 저렇게 바위에 동굴을 뚫어 성당 시설을 만든 것이 있었는데 여기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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