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8. 부르고스 무인텔 숙박(7/27)

금삿갓의 산티아고 순례길-무인텔의 곤욕

by 금삿갓

가끔 인터넷 뉴스에 무인텔에 관한 기사를 대충 보곤 했다. 미성년자나 청소년의 무인텔 혼숙 기사나 범죄의 사각지대로 활용되는 내용의 기사들이다. 오늘은 아침부터 지도상의 거리인 24Km 보다 훨씬 긴 거리를 걸었다. 깨진 스마트폰 액정을 수리하기 위하여 부르고스(Burgos) 시내를 이리저리 다니며 수리점이나 서비스센터를 찾기 위해서이다. 우리나라처럼 삼성전자 서비스센터나 스마트폰 서비스센터를 찾아가면 쉽게 해결될 터인데, 여기는 아쉽게도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을 판매는 하는데 공식 서비스 센터라는 게 없었다. 그래서 수리점을 찾는 게 여간 힘든 게 아니었다.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물어보면 이곳 거주자가 아닌 관광객이고, 거주자일지라도 연세 든 사람들은 대부분 모른다는 것이다. 그런데 구세주 같은 사람들이 있었다. 바로 젊은 대학생들이었다. 처음 물어본 여학생은 자기도 수리했다면서 위치를 알려준다. 그런데 거리가 멀고 영어에 능통하지 못한 두 사람의 의사소통이 정확할 리가 없는 것이다. 그래도 길눈이 빠른 조선 과객이 대충 눈치를 채고 그녀가 말하는 곳으로 가보았다. 그런데 도저히 찾을 수가 없었다. 그래서 다시 다른 곳을 찾으려고 헤매다가 의인을 또 만났다. 젊은 남자 학생인데 이 친구는 아예 우리 보고 따라 오란다. 2Km 정도를 걸어서 자기가 아는 수리점으로 같이 데려다준다. 이곳은 수리점이 맞기는 하는데, 아주 영세하여 신제품 갤럭시 액정의 부품이 없단다. 액정 부품을 주문하여 수리하려면 3일을 기다리란다. 헐, 여기서 순례길 걷기를 멈추고 3일간 기다리는 건 곤란했다. 그래서 다른 방안을 찾고자 여러 곳을 뒤져보았다. 마침 중국인이 하는 휴대폰 액세서리 점포가 있어서 물어보았더니 걱정하지 말란다. 역시 중국인들의 상인정신과 연락망이 대단했다. 자기가 아는 중국인이 수선의 귀재인데 가능할 거라면서 그곳으로 안내를 해준다. 그를 따라 그곳에 가서 상태를 보여주니, 액정 부품값과 수리공임을 합해서 375유로를 요구했다. 수리는 하루 걸린다고 했다. 한국 돈으로 계산해 보니 50만 원이 넘는 수준이다. 이렇게 많은 돈을 주고 수리를 해야 하나 고민하던 중인데, 액정에 불이 들어오고 작동이 되었다. 엉? 기적이 일어난 것이다. 열심히 순례길을 다니며 성당에 들어가서 기도는 못했지만 성호를 그었는데 기적이 일어난 걸까? 아니면 이 친구가 수리의 귀재라서 만지기만 해도 전기가 통한 걸까? 아무튼 50만 원 이상을 들이지 않고 임시방편으로 쓸만해서 수리를 않고 철수했다.

몸이 너무 지치고 피곤해서 오늘은 공용숙소인 알베르게가 아닌 호텔에서 묵기로 작정했다. 그래서 급하게 인터넷을 찾아서 그나마 가격이 저렴하면서 대성당 근처의 숙소를 검색했다. 역시 휴가철이어서 호텔의 숙박비는 가난한 조선 과객 금삿갓의 주머니 사정에 비하여 매우 비쌌다. 그렇다고 늦은 시각에 공용 알베르게를 가면 좋은 침대는 모두 선점되었고, 위치가 나쁜 이층침대만 남았을 거라서 울며 겨자 먹기로 가장 저렴한 Art Inn Bergos 호텔을 예약했다. 선불이라서 카드로 결제하고 호텔을 찾아 걸었다. 실로 오랜만에 숙소를 예약하고 들리는 것이다. 이제까지는 모두 숙소를 예약 없이 찾아들었지만 하느님의 은총인지 조선 과객의 운발인지 숙소가 모두 좋았다. 그런데 오는 날이 장날이었다. 호텔이라고도 할 수 없는 아주 조그만 여인숙 정도랄까. 그것도 간판이나 번듯한 출입 현관도 없는 그야말로 개인 주택 같은 아파트 출입문 수준이다. 그래서 무거운 배낭을 메고 찾느라 고생을 많이 했다. 그런데 그게 끝이 아니었다. 문은 잠겼고, 벨을 눌러도 아무런 반응이 없다. 분명 숙박비도 선입금했고, 대충 체크인 시간도 알렸건만 문이 잠겨서 도저히 호텔로 들어갈 수가 없었다.

문제는 바로 이 호텔이 무인 호텔이었던 것이다. 무인호텔은 관리자가 상주하지 않고 원격으로 조정하는 곳이다. 예약을 할 때 등록된 전화번호로 출입 현관문의 비밀번호, 배정된 방의 호수, 그 방의 출입문 비밀번호를 통보해 주는 시스템이다. 그런데 조선 과객 금삿갓이 과거에 가입한 호텔 예약앱인 호텔닷컴에는 한국의 SKT 전화번호가 등록되어 있었다. 그런데 호텔닷컴으로 예약을 했다. 파리 드골공항에 내려서 한국 전화의 유심을 스페인 통신사의 유심으로 갈아 끼웠기 때문에 한국 전화번호는 먹통이 되었다. 그런데 호텔관계자는 그쪽으로 비밀번호를 보내고 사무실에서 자리를 떠 다른 곳으로 볼일을 보러 가 버린 것이다. 호텔 벽에 붙어있는 사무실로 전화해도 연결이 안 된다. 한 시간 이상의 실랑이를 한 후에 겨우 관리자와 연락이 닿았다. 비밀번호를 다 보내줬는데 무슨 호들갑이냐고 도리어 조선 과객에게 야단을 친다. 물론 소생의 불찰이 크지만, 호텔 측도 Plan B가 없이 그렇게 관리하는 법이 말이 되냐고 응수했다. 아무튼 모든 비번을 다시 받아서 현관 비밀번호 입력보드에 입력을 해도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번에 이 번호판이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센서가 말썽을 부리는 것이다. 모든 번호를 누르면 삑 하고 비상음이 울려야 열리는데 비상음이 울리지 않는 것이다. 관리자는 부르고스 시내를 벗어나서 있기 때문에 저녁이나 돌아온단다. 그때까지 길바닥에서 기다릴 수도 없는 노릇이다. 이때 통하는 것이 있다. 옛날 어릴 때 시골에서 라디오가 잘 나오지 않으면 주먹으로 몇 번 치면 나오는 것처럼. 이 방법을 쓰기로 하고 어차피 고장 나서 못 들어가나 작동이 안 되어서 못 들어가나 마찬가지나까. 주먹으로 두들이고 쥐어박고 하다가 다시 숫자를 누르고 했던니 갑자기 삑 하는 소리가 들린다. 급히 현관문을 안으로 밀었더니 드디어 열린 것이다. 정말 현대의 과객 금삿갓이 조선의 과객 김삿갓 선배보다 엉뚱한 짓을 저질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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