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르고스(Burgos)에서 아침을 대충 때우고 06:40분에 배낭을 메고 출발했다. 오늘은 순례길이 대부분 평지라서 좀 더 길게 걸을 계획이다. 30Km를 넘게 걸어야겠다. 숙소를 나와서 근처에 있는 부르고스 대성당을 지나간다. 이른 아침인데도 관광객과 순례자들이 많이 모여서 관광을 하고 있다. 여기 부르고스부터 레온(Leon)을 지나 아세보(Acebo)까지 순례길을 순례자들은 메세타(Meseta) 구간이라고 부른다. 메세타는 스페인어로 고원지대를 말한다. 부르고스가 해발 860m이고, 레온과 아스트로가(Astroga)까지 대부분 780~900m 정도의 고원지대를 이루다가 아스트로가를 지나면 1,500m가 넘는 고산지역을 넘어가야 하는 여정이기 때문이다. 이런 고원지대에는 나무도 숲도 별로 없고 드넓은 평원만이 끝없이 펼쳐져 있어서 한 여름에 이 순례길을 걷는 것은 정말 고역이다. 오늘은 부르고스를 출발하여 6.2Km 지점에 비얄비야 데 부르고스(Villalbilla de Burgos) 마을이 나타난다. 대부분의 순례객들은 이 마을을 안 들리고 평원의 옛 순례길로 지나간다. 조선의 과객 금삿갓은 혹시나 해서 이 마을을 통과해 보았다. 그리 크지 않은 조그만 마을로 성당도 갖추어져 있었다. 지은 지 50년이 되었는지 50주년을 기념하는 조형물을 세워 놓았다.
마을 시청 앞을 지나는데 광고탑에 붙어 있는 온도계가 15도를 가리키고 있다. 아직 오전이라서 매우 서늘한 날씨다. 마을은 조성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건물들도 깨끗하고 새로 지은 것 같았다. 역시나 마을에는 인적이 별로 보이지 않는다. 십자가가 높이 서 있어야 할 성당의 종탑 제일 꼭대기에는 십자가 대신 새의 보금자리가 커다랗게 자리를 잡고 있었다. 새들이 하느님과 더 친한가 보다. 아마 하늘을 날아다니니까 인간보다 하늘에 가까워서일까? 성당의 문도 굳게 닫혀 있어서 내부를 촬영할 수가 없었다. 괜히 헛 걸음을 했나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다음 마을까지 거리가 많이 남아서 이곳에서 잠깐 마을을 눈요기라도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