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온타나스(Hotanas)에서 6시 반 경에 출발하여 산 안톤(San Anton) 언덕(912m), 모스떼라레스(Mosterales) 언덕(901m), 오테로 라르호(Otero Largo) 언덕(857m) 세 개를 넘어서 26Km를 걸어서 숙박지인 보아디야 델 카미노(Boadilla del Camino) 마을에 도착했다. 중간에 여러 개의 마을을 지나온 것은 물론이다. 가장 인접 마을인 이떼로 데 라 베가(Itero de la vega) 마을에서 6.6Km 떨어진 거리이다. 길은 그리 힘들지 않고 메세타(Meseta) 순례길의 전형이다. 중간에 피수에르가 운하(Canal del Pisuerga)를 건너서 오는 코스이다. 길옆으로 운하의 수로가 가로지르기도 하고 같은 방향으로 뻗어 있기도 하다. 약간 언덕에서 보아디야 델 까미노 마을을 바라보면 띠에라 델 깜뽀(Tiera del Campo)의 지평선 너머로 높은 성당 건물이 보인다. 마을에는 벽돌로 지은 전통 가옥과 진흙으로 만든 담이 보존되어 있다. 이 마을 근처에서는 돌을 구하기가 힘들었기 때문에 성당과 가정의 주택도 모두 벽돌로 지어졌다고 한다. 성당의 내진부와 심판의 기둥, 중세식 발코니는 까미노에서 가장 그림 같은 풍경을 만들어 준다. 보아디야 델 까미노에서는 소빠스 데 아호(Sopas de Ajo)라는 마늘 수프와 양젖으로 만든 치즈, 꼬시도(Cocido)라고 부르는 여러 부위의 고기를 삶은 요리나 새끼 양 구이 요리 등을 맛볼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것도 기회를 잘 타야 가능하다. 순례길 중간에 카미노 424Km 남았다는 표지판이 있어서 한결 기분이 좋다. 이제 거의 절반을 걸었다는 안도감이다.
<금삿갓 산티아고 순례길>
마을에는 성모승천 성당(Iglesia Nuestra Senora de la Asuncion)이 있다. 16세기에 지어진 성당으로 18세기에 재건축되었다. 르네상스 양식의 봉헌화와 수수하지만 아름다운 로마네스크 양식의 세례반이 돋보인다. 이 마을도 또한 마을의 중앙에 심판의 기둥(Rollo Juridiscional)이 높이 세워져 있다. 후기 고딕 양식으로 만들어진 7미터 높이의 아름다운 기둥이며 마을 중앙 광장에 있다. 이 기둥은 중세 공개 재판에 사용되었다고 하는데, 중대한 죄를 지은 죄인을 여러 마을로 끌고 다니면서 칼을 채워 이 기둥에 묶어놓았단다. 이 심판의 기둥이 까미노길에 있는 심판의 기둥 중에서 가장 아름답고 오래된 것으로, 16세기 플랑드르 양식을 보여주고 있다.
성당과 마을을 한 바퀴 둘러보고 이 마을에서 가장 규모가 큰 엔 엘 카미노(En el Camino) 알베르게에 숙소를 잡았다. 이 알베르게는 레스토랑과 호텔, 알베르게를 같이 운영하는 큰 곳이다. 순례객들이 묵는 알베르게 건물은 아주 오래된 낡은 건물인데 약간 어두침침하고 칙칙한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정원은 잘 가꾸어져 있고 정원에 야외 수영장이 있어서 먼저 도착한 남녀 순례객들이 빨래를 마치고 수영복 차림으로 수영장에서 옹기종기 모여 있었다. 일부 서양 순례객 젊은 남녀의 과도한 애정 행각도 눈살을 찌푸리게 하지만 그들은 전혀 상관이 없는 듯하다. 너무 과도한 장면들을 찍을 수가 없어서 저녁때쯤에 수영장이 한산할 때 한 두 컷을 찍었다. 식사는 알베르게에서 할 수 없고, 저쪽으로 조금 떨어진 호텔 건물의 레스토랑에서 단체로 순례객 저녁 식사가 제공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