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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Nov 07. 2023

70) 詠楓色活畫(영풍색활화) / 그림같은 단풍을읊다.

漢詩習作 (231106)

題 : 詠楓色活畫(영풍색활화) / 살아있는 그림 단풍을 읊다

  - 금삿갓 芸史 琴東秀 拙句(운사 금동수 졸구)

灼楓不熄沒深潭

작풍불식몰심담

●○●●●○◎

타는 단풍은 깊은 못에 빠져도 꺼지지 않고


赤焱移山漸下南

적염이산점하남

●●○○●●◎

붉은 불꽃 산을 옮겨 차차 남으로 내려가네.


無蘂開花如活畵

무예개화여활화

○●○○○●●

꽃술 없이 피어도 살아있는 그림 같네.


芳醇不飮樂沈酣

방순불음락침감

○○●●●○◎

향기 진한 술 마시지 않아도 깊이 취해 즐기네.

요즘 계절이 가을이 한창 깊어지는 시기이다. 이미 설악산 등 북쪽의 산에는 단풍들이 쇠락해서 떨어지고, 남쪽으로 그 아름다운 자태를 바쁘게 옮겨가고 있다. 이 시(詩)는 지금 절정에 있는 단풍의 좋은 경치를 보고 감회를 읊은 것이다. 기구(起句) 2번 자인 풍(楓) 자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기한 담(潭), 남(南), 감(酣)이고 담운목(覃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은 충족하고, 기구(起句) 1번 자 작(灼), 전구(轉句) 1번 자 무(無)의 평측(平仄)만 변화시키고 나머지 구(句)는 평측(平仄)의 전형(典型) 따랐다. 어려운 시어(詩語)는 별로 없다. 작(灼)은 불타는 것이고, 식(熄)은 불이 꺼지는 것이다. 몰(沒)은 침몰처럼 물에 빠지는 것이다. 적염(赤焱)은 붉은 불꽃이다. 예(蘂)는 꽃의 수술이나 암술을 말한다. 활화(活畫)는 살아있는 그림이다. 방순(芳醇)은 향기롭고 진한 술을 말한다. 침감(沈酣)은 술에 푹 취하거나 무슨 일에 깊이 빠지는 것이다.

단풍이 절정을 이뤄 온 산이 불타는 듯한 모습이 계곡의 못에 깊이 드리워도 붉은빛이 사그라들지 않음은 읊고, 이어서 그런 붉은 불꽃이 이산 저산 옮겨서 점차 남쪽으로 내려가는 상황을 묘사한 것이다. 울긋불긋한 단풍은 꽃과도 비견되는데, 꽃이라면 꽃받침이나 꽃술이 있어야 되는데, 이것도 없이 활짝 펴서 바람에 흔들리니 마치 살아있는 활동사진 같다는 것이다. 중국 당나라 때 시인 두목(杜牧)은 <산행(山行)>이란 시에 단풍을 이렇게 묘사했다. “停車坐愛楓林晩(정거좌애풍림만) / 수레 멈추고 앉아 늦단풍을 아끼노라니, 霜葉紅於二月花(상엽홍어이월화) / 서리 맞은 잎이 2월의 꽃보다도 더 붉는구나.”라고 했다. 정말 단풍의 붉음을 최고로 묘사한 절창(絶唱)이다. 천자만홍(千紫萬紅)의 단풍 경치를 즐기는 것이 향기로운 진한 술을 마시지 않아도 깊이 즐기고 취할 수 있는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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