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 已過霜降(이과상강) / 상강을 이미 지나

금삿갓의 漢詩自吟 (231030)

by 금삿갓

已過霜降(이과상강) / 상강을 이미 지나

- 금삿갓 芸史 琴東秀 拙句(운사 금동수 졸구)


西風燕警急南移

서풍연경급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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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바람에 놀란 제비 급히 남으로 이사가고


雁陣飛高訪問誰

안진비고방문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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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러기 떼는 높이 날아 누구를 찾아오나?


傲菊寒霜何益馥

오국한상하익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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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만한 국화는 찬 서리에 어찌 향기 더할까?


甘來忍苦不虛辭

감래인고불허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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쓴 것을 참으니 단 것이 오는 게 헛된 말은 아니네.

이 시는 서리가 내린다는 상강(霜降)도 지나고, 주변의 산에는 단풍이 곱게 물드는 계절에 마지막까지 예쁜 자태를 뽐내는 국화의 기품을 생각하면 일어나는 감회를 읊었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인 풍(豊)가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된 이(移), 수(誰), 사(辭)로 지운목(支韻目)이다. 각 구(句)의 이사부동(二四不同)·이륙동(二六同) 조건은 충족하고, 결구(結句) 1번 자 자(自) 자의 평측(平仄)만 변화시키고 나머지 모든 구(句)는 평측(平仄)의 전형(典型) 잘 따랐다.

시어(詩語)는 평이(平易)하다. 서풍(西風)은 서쪽에서 부는 바람으로 가을바람을 나타낸다. 동양 사상에서 동서남북(東西南北)은 계절로는 춘추하동(春秋夏冬), 색깔로는 청백적흑(靑白赤黑)에 대응한다. 즉 동쪽은 봄을 나타내며, 색은 푸른색이고, 서쪽은 가을이고 흰색이다. 가을바람이 불기 시작하면 놀란 제비들은 남쪽으로 이사를 가는 것이다. 안진(雁陳)은 기러기 떼를 말한다. 군인들이 진을 치듯이 떼 지어 모인 것을 나타내는데, 비슷한 뜻이지만 진(陣)은 측성(仄聲)이고 진(陳)은 평성(平聲)이다. 기러기 떼가 가을이 되면 학익진(鶴翼陣) 모양으로 하늘을 날아서 찾아오는 모습이다. 익복(益馥)은 향기를 더하는 것이다. 가을이 깊어갈수록 꽃들이 적어지나 마지막 향기까지 토해내므로 향기가 짙어지는 것 같은 생각이 든다. 상강이 되면 꽃과 풀들도 슬슬 시들고, 나뭇잎은 울긋불긋하다가 떨어져 흙으로 돌아간다. 모든 곡식을 가을걷이해서 겨울나기를 준비하는 것이다. 은퇴한 우리네 인생도 이제 슬슬 황혼기에 접어들어 기나긴 영원의 겨울잠을 잘 준비해야 할 시기이다. 인생의 마지막이 썩은 냄새가 아닌 향기가 짙어지도록 참다운 삶의 마감이 돋보이는 시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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