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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금운사 Nov 09. 2023

26> 奚童(해동) / 어린 종

漢詩工夫 (231108)

奚童(해동) / 어린 종

- 金錦園(김금원, 1817~1851)

片天靑綻暮雲邊

편천청탄모운변

●○○●●○◎

저문 구름 가에 한 조각하늘이 푸르게 터졌고


萬象新同開闢年

만상신동개벽년

●●○○○●◎

만상이 마치 개벽의 순간과 같이 새롭구나.


解事奚童將煎茗

해사해동장전명

●●○○○●●

일 잘하는 어린종이 마침 차를 끓이려고


漏松缺月汲淸泉

루송결월급청천

○○●●●○◎

소나무 사이로 이지러진 달빛에 맑은 물을 긷누나.

이 시(詩)는 조선 후기 여류 시인 김금원(金錦園)의 “해동(奚童)” 즉 어린 종이라는 작품인데, 간혹 “煎茗(전명) / 차를 끓이다”라고 제목이 표기된 것도 있다. 이 시는 기구(起句)의 2번 자 천(天)이 평성(平聲)이라서 평기식(平起式) 칠언절구(七言絶句)이다. 압운(押韻)은 ◎표시가 된 변(邊), 년(年), 천(泉)이고 선운목(先韻目)이다. 절구의 기본형인 이사부동(二四不同)은 잘 지켜졌는데, 기구(起句) 1번 편(片), 승구(承句) 5번 자인 개(開), 결구(結句) 1번 자 루(漏) 자의 평측(平仄)을 변화시켰다. 어려운 시어를 살펴보자. 편천(片天)은 하늘 조각 또는 조각하늘 정도의 뜻이다. 탄(綻)은 옷이 꽉 끼어 터지거나 꽃봉오리가 터지는 것을 말한다. 만상(萬象)은 온갖 사물과 현상인 삼라만상(森羅萬象)의 준말이다. 개벽(開闢)은 세상이 처음 열리는 때이다. 해사(解事)는 일머리를 잘 알고 하는 것을 말한다. 전명(煎茗)은 차를 끓이거나 달이는 것이다. 결월(缺月)은 이지러진 달이다. 급(汲)은 물을 긷는 것이다.

김금원은 1817년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나 어려서는 병약했으나 문재(文才)가 뛰어났다. 소실의 딸이었으나 자유분방하여 14살에 부모의 허락을 받아 남장(男裝)을 하고 여행길을 떠나 금강산과 관동팔경을 유람하였다. 금원은 특히 시문에 재주를 보였고, 이후 의주부윤(義州府尹) 김덕희(金德喜)의 소실이 되었다. 그는 마포와 용산 사이의 언덕에 남편이 지은 삼호정(三湖亭)을 근거지로 하여 여성 문인들과 '삼호정시사(三湖亭詩社)'를 만들어 시회(詩會)를 개최하였다. 주요 멤버는 본인과 좌참찬을 지낸 연천(淵泉) 김이양(金履陽)의 소실인 운초(雲楚) 김부용(金芙蓉), 공조판서였던 화사(花史) 이정신(李鼎臣)의 소실인 김경산(金瓊山), 영월부사 송호(松湖) 서기보(徐箕輔)의 소실인 반아당(半啞堂) 박죽서(朴竹西), 주천 홍태수의 소실이며 본인의 동생인 김경춘(金瓊春), 기생 금홍(錦紅), 죽향(竹香) 등이다. 때로는 삼호정에서 당시의 선비들인 해옹(海翁) 홍한주(洪翰周), 자하(紫霞) 신위(申緯), 운고(雲皐) 서유영(徐有英), 송주헌(宋柱獻), 서득순(徐得淳), 이승원(李承元) 등과 함께 시를 짓고 술을 마시기도 하며 놀았다.

★ 김금원(金錦園, 1817~1850년 이후) : 원주 사람으로 14세 이후 기녀가 되었다가 뒤에 규당학사(奎堂學士) 김덕희(金德喜)의 소실이 되었다. 그는 14세 되던 해인 1830년 남장을 하고 금강산 여행을 다녀올 정도로 당당하고 호탕한 기질을 지닌 여성이었다. 그는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 한 편을 남겼는데, 이는 그녀의 나이 34세인 1850년 봄에 탈고한 작품으로, 자신이 유람한 곳이 처음 금호사군(錦湖四郡)인 제천, 단양, 영춘, 청풍에서 시작하여 관동의 금강산과 팔경을 거쳐 낙양, 관서 만부(灣府)에 갔다가 다시 서울로 돌아왔기 때문에 ‘호동서락기’라 이름 한다고 했다. 〈호동서락기(湖東西洛記)〉는 자신이 유람하고 거처한 순서에 따라 일대기적으로 문(文)과 시(詩)로 서술한 산문형태의 글이다. 내용에 따라 크게 세 부분으로 나눌 수 있는데 첫째 부분은 14세에 남장을 하고 금호사군과 금강산, 관동팔경을 거쳐 서울에 돌아오기까지 명승지를 유람한 행적과 감회를 서술한 부분이며, 둘째 부분은 규당학사 김덕희와 소성(小星)의 연을 맺은 뒤 몇 년이 지난 1845년 남편이 의주부윤으로 제수받아 부임할 때의 정경과 그곳에서의 생활을 기록한 부분이다. 마지막 부분은 남편 김덕희가 벼슬을 사양하고 한강변에 있는 용산 삼호정에서 거처할 때 함께 한 생활을 서술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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